[사설]총선 앞두고 ‘방송 벌점’ 강화, 박 대통령 뜻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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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선거방송’ 등의 벌점(罰點)을 현재보다 1.5∼2배 높이는 ‘방송평가 규칙’ 개정을 끝내 강행할 모양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 프로그램은 문제가 있을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1점, 경고 2점, 관련자 징계 4점 등의 벌점을 받는다. 방송사는 3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받는데 이 점수가 갑자기 두 배로 커지면 방송사 재승인 때 탈락할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직속기구인 방통위의 입맛에 따라 방송사의 존폐가 좌우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방통위가 어제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방송평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기로 결정하자 당장 야권 측 부위원장과 상임위원이 퇴장하는 파행이 벌어졌다. 방송사 자체의 판단에 따른 공정성과 객관성도 정파적 시각에 따라서는 달리 보일 공산이 크다. 결국 방송사들이 알아서 정권의 비위를 맞추라는 주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방통위 내부에서도 “애매한 기준으로 벌점이 주어지면 어느 언론이 할 말을 하겠느냐” “총선을 앞두고 방송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방통위에서 방송평가 문제를 다루는 산하기관인 방송평가위원회 위원 7명 전원이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런데도 최성준 위원장이 내년 1월 방송부터 개정안을 적용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방통위가 한국방송학회에 ‘방송의 공정성 강화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 연구’를 의뢰한 상태인데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도 전에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관치(官治)방송’을 만들겠다는 의도인가.

언론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종편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와는 다른데도 획일적으로 규제하려는 것도 문제다. 심의 기준도 제대로 마련해놓지 않고 개정안을 강행한다면 결국 박근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방통위#방송평가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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