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무신서 고급 바닥장식재 회사로 변신한 ‘강소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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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파워기업 <18> 울산 진양화학

울산 남구 여천동 진양화학에서 직원들이 출고를 앞둔 고급 바닥장식재를 점검하고 있다. 진양화학 제공
울산 남구 여천동 진양화학에서 직원들이 출고를 앞둔 고급 바닥장식재를 점검하고 있다. 진양화학 제공
프랑스의 ‘에르메스’는 원래 안장 부츠 고삐 등 마구(馬具)를 잘 만드는 회사였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구가 사양산업이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에 최고경영자는 “우리가 최고인 가죽 다루는 기술을 응용해보자”며 변신을 시도해 핸드백 허리띠 장갑 등 세계적인 명품 가죽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다시 태어났다.

울산 남구 여천동 ㈜진양화학(대표 정진욱·60)도 에르메스의 변신과 닮았다. 지금의 중장년층이 어릴 때 즐겨 신던 고무신 중에는 진양화학 제품이 많았다. 당시 진양화학은 태화(말표) 삼화(범표) 국제(왕자표) 등과 함께 고무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고무신을 주로 생산하던 진양화학은 지금 세계적인 고급 바닥 장식재와 자동차 내장재 생산업체로 변신했다. 고무신을 만들던 PVC 가공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생산해 도약하고 있다. 진양화학의 모태는 1949년 부산에 설립된 국제상사다. 국제상사는 신발과 합성수지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 1963년 7월 부산에 진양화학공업을 설립했다. 주력 생산품은 고무신 장화 등 고무 신발이었다. 신발 생산 공장은 부산에 두고 비닐장판 생산 공정을 지금의 울산으로 옮긴 때는 울산석유화학공단 조성 이듬해인 1973년 9월이었다.

울산공장에서는 부산 신발공장으로 고무신 등 신발 원료를 공급했다. 그러다 고무신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노동집약형 신발산업이 동남아 등지로 옮겨가자 1992년 10월 신발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이어 진양화학은 2001년 1월 합성수지 사업 부문을 다시 분리해 새롭게 출발했다.

현재 진양화학이 주로 생산하는 제품은 고급 바닥 장식재와 자동차 시트커버 소파 등을 만드는 고급 인조가죽, 타포린(천막지) 등이다. 모두 친환경 인증을 받은 세계적인 제품이다. 고급 바닥재는 LG 한화 KCC 등 대기업에서도 생산하지만 진양화학은 꾸준한 기술 개발로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 지난해 매출액은 793억 원. 70%는 내수, 30%는 미국 중국 브라질 등 수출이 차지한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 주는 6mm 두께의 바닥재도 생산하고 있다.

진양화학은 최근 중소기업청의 ‘세계시장을 선도할 지역의 강소기업’ 72곳 가운데 1곳으로 선정됐다. 강소기업은 성장성과 수출 역량을 겸비한 비수도권의 유망 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월드클래스 기업 후보로 성장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진양화학은 신발을 신고 걸어도 흠집이 나지 않는 중고형(重固形) 바닥재와 버스 기차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바닥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교수와 외국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술자문단의 기술지도를 받고 있다. 회계법인을 통해 장기 성장전략도 수립하고 있다.

정진욱 대표의 사무실 벽면에는 ‘달성 1111’이라는 경영 목표가 적혀 있다. 2017년까지 3년 안에 매출 1000억 원, 영업이익 100억 원, 영업이익률 10%, 고객만족도 1위 기업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 대표는 “친환경 바닥재의 세계시장은 매우 넓다. 내수시장에는 한계가 있어 현재 30%인 수출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여 세계 일류 바닥재 생산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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