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변호사, 스팸폭탄에 호객광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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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문자 공세에 '최고-유일' 금기어 사용 징계받기도

지난달 31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수도권의 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로부터 진정서 1통이 접수됐다. ‘아파트 하자 보수 분쟁 전문 변호사!’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P법무법인이 단지 내 곳곳에 붙인 플래카드와 사무실 광고 때문이었다. 소송을 부추기는 듯한 광고에 일부 주민은 언짢아했지만 일부에서는 “우리도 소송해 보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입주자 대표들은 “주민 사이에 분란을 조성하는 광고를 멈춰 달라”며 서울변호사회에 요청했고, 서울변호사회는 이달 초 해당 법무법인에 광고 철거 지시 결정을 내렸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 광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6일 서울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 나붙은 강용석 변호사의 광고처럼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의 선을 넘나드는 광고도 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5∼2011년 7년간 6건에 불과했던 변호사 광고 관련 징계 건수는 2012년 5건, 2013년 4건, 2014년 3건을 기록했고 올해는 8월 말 현재 20건이 적발돼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한상훈 대한변협 대변인은 “기존 위반 유형은 간판, 현수막 설치 등 한정된 장소에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에 서신이나 이메일을 보내는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거나, 전문 분야 표시를 위반한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에 따르면 변호사는 소속 지방변호사회의 허가 없이는 불특정 다수에게 우편, 팩스,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등을 보낼 수 없다. 또 주로 취급하는 업무를 광고할 수는 있지만 ‘형사 전문’ 같은 전문 분야를 표시하는 경우 미리 ‘변호사 전문 분야 등록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문 분야 등록을 해야 한다. ‘승소율 85%, 석방률 ○○%’ 등 업무 수행 결과에 부당한 기대를 갖게 하는 문구나 ‘최고’ ‘유일’ 같은 용어를 쓰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변호사는 광고를 내기에 앞서 변호사단체에 심의를 요청하기도 한다. J법무법인은 최근 ‘오랫동안 축적한 소송 경험’ ‘오랫동안 축적한 현장 경험’이라는 문구가 허용되는지를 물었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어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너! 고소’라고 적은 강용석 변호사사무실 광고는 24일 서울변호사회 심사위원회에서 허용 여부가 가려진다. 중소 로펌 및 개업 변호사들은 심사위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개인적으로는 그 광고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만약 그런 식의 광고가 허용된다면 좀 더 자극적이고 튀는 방식으로 변호사 광고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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