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미루려면 돈 내” 수강비 56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2014년 79개大, 취업준비생들에게 부과 논란

상당수 대학이 취업난으로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에게서 각종 명목으로 걷은 돈이 지난해에만 56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학점을 모두 이수해 졸업 요건을 채웠지만 졸업을 미룬 학생은 2만5246명. 이는 지난해 졸업예정자 32만1994명의 7.8%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졸업생보다 재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학생들도 백수 신분을 꺼려 최근 수년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맞춰 대학들도 ‘졸업유예제’를 시행하는 곳이 많다. 졸업유예제란 졸업을 할 수 있는 학생이 대학의 승인을 받아 일정 기간 졸업을 연기하는 제도. 지난해 4년제 대학 138곳 중 98곳(71%)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졸업유예자가 1000명이 넘는 곳도 4곳에 달했다.

문제는 상당수 대학이 이런 처지의 학생들에게 재학생 신분을 유지해주는 대신에 각종 명목으로 비용을 걷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A대의 경우 졸업유예를 신청할 경우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닌데 등록금의 20분의 1을 납부하도록 했다. 또 B대는 졸업유예자에게 학기당 평균 53만 원 정도를 부과했다. 졸업유예자에게 수강 신청을 강요하는 곳도 있다. 유 의원실에 따르면 졸업유예제를 시행하는 대학 중 62.5%(61곳)가 최소한 한 과목 이상 의무적으로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전국 79개 대학이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56억25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 같은 대학들의 행태에 대해 “학교가 학생의 취업난은 모른 척하면서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돈만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졸업유예제를 하고 있는 김모 씨는 “쉽게 말해 ‘백수’가 되지 않기 위해 돈을 주고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절박한 처지의 학생들에게 꼭 그런 비용을 걷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졸업유예자의 수강 의무나 등록금 납부 기준을 교육부가 통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졸업유예 학생들에게는 등록금을 징수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이달 초 발의됐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유 의원은 “취업 준비 때문에 졸업을 미룰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이 더이상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교육부가 나서 관련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