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예산군 ‘황새의 고장’으로 우뚝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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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공원서 사육 8마리 3일 방사… 위성추적 장치 부착해 움직임 관찰
내년부터 매년 10마리씩 방사 계획

충남 예산의 황새공원에서 사육 중이던 황새 8마리가 3일 자연에 방사됐다. 국내에서 멸종됐던 황새가 복원돼 방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4년 유일하게 서울대공원에 남아 있던 황새가 멸종한 지 21년 만이다. 자연의 품에 안긴 황새들이 제대로 적응할지, 어디에 어떻게 둥지를 틀지 연구자들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3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에서 국내 멸종후 복원된 천연기념물 황새의 국내 첫 야생방사 행사가 열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에서 국내 멸종후 복원된 천연기념물 황새의 국내 첫 야생방사 행사가 열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최초의 자연 방사

3일 오후 3시 예산군 광시면 시목대리길 황새공원에서 방사될 황새는 다 자란 6마리와 올해 태어난 2마리 등 총 8마리다. 6마리는 케이지를 이용해 방사 장소로 옮긴 뒤에 방사됐고 나머지 2마리는 서식 중인 방사장에서 지붕을 열어 날려 보냈다.

황새공원은 이들 황새가 야생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비행 및 먹이적응 훈련 등을 시켜왔다. 야생화 훈련장에서 연속 2km 이상 비행하는 훈련도 했고 넓은 수조에서 미꾸라지와 붕어, 메기 등을 직접 사냥하는 연습도 했다. 몸에 상처가 있는지 신체 기능에 이상은 없는지 미리 건강검진도 마쳤다.

자연에 익숙하지 않은 황새들이 갑작스럽게 위험에 닥칠 경우에 대비한 조치도 취해졌다. 각 황새에는 망원경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숫자가 기록된 가락지와 위성추적이 가능한 장치를 부착했다.

황새 복원을 담당했던 한국교원대는 논과 하천에서 서식하는 조류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백로·왜가리가 황새로 인해 지위가 흔들릴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황새공원 관계자는 “황새는 이동성이 큰 조류이기 때문에 방사된 황새들이 초반에는 공원 주변에서 머물 것으로 보이지만 기온 등 서식 환경이 바뀌면 어디로 얼마나 이동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황새의 고장’ 자리매김한 예산군


“집 옆 아름드리 소나무에 황새 새끼가 있었는디, 어느 날 밤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 당시 황새 새끼를 팔면 큰돈을 번다는 소문이 돌았는디, 외지인들의 소행이 분명혀. 당시 밤새 어미아비 황새 우는 소리로 동네가 떠나갈 것 같았어….”

2009년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이예순 할머니(당시 96세·작고)가 황새공원 유치를 준비하던 예산군에 증언한 6·25전쟁 이전 예산의 모습이다. 예산군은 그해 문화재청의 황새마을 공모사업에 이 할머니의 증언과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 번식지’라고 쓰인 마을 비석 등을 제시해 황새공원 사업자로 지정됐다. 그동안 190억 원을 들여 13만5669m² 터에 황새공원을 조성해 6월 9일 개원했다. 개관을 앞두고 황새 새끼 7마리가 자연 부화하는 겹경사도 맞았다. 지난해 6월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에서 들여온 황새 60마리 가운데 두 쌍이 2월 26일 첫 산란에 성공한 데 이어 37일간의 부화기간을 거쳐 건강한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황선봉 예산군수는 “현재 황새 74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황새공원에는 6월 개원 이후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3일은 예산군이 명실공히 다시 황새의 고향이 된 날”이라고 말했다. 황새공원은 내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황새 10마리씩을 자연에 방사할 계획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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