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低성과 직원 해고 판례-판정 사례’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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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복귀 검토하던 노동계 반발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1986년부터 근무한 A 씨는 2006∼2008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았다. 사측은 2009년 A 씨를 포함해 저(低)성과자 52명을 역량향상교육 대상자로 선정해 재교육을 실시했다. 그러나 A 씨는 교육에 무단 불참하다가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고, 보고서를 6회나 제출하지 않는 등 52명 중에서도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결국 회사는 2010년 2월 A 씨를 해고했다. 재교육 대상자 가운데 해고된 직원은 A 씨 단 1명이었다. A 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법원에도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A 씨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다고 판단했고 A 씨의 교육 태도와 인사평가 점수 등을 근거로 해고 역시 정당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기선 부연구위원은 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한 인사평가에 기초한 합리적 인사관리’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법원 판례와 노동위원회 판정이 어떤 방향으로 구축되고 있는지와 관련된 구체적 사례가 담겼다.

또 다른 대기업 직원 B 씨는 2011∼2013년 낮은 평가점수를 받아 역량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됐다. B 씨는 재교육에서도 최하위 점수를 받았고, 올해 1월 대기발령 됐다. 7주간의 대기발령 기간에도 B 씨를 원하는 부서가 나타나지 않자 회사는 결국 B 씨를 해고했다. 이에 B 씨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서울지노위는 “B 씨가 업무능력이나 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회사생활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사회 통념상 해고가 과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처럼 △인사평가 공정성 △충분한 평가 결과 설명 △분쟁해결제도 설계 △직무 재배치, 능력 개발 등의 조치가 해고에 앞서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과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해고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직무 재배치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하고, 인사제도의 수립, 시행에 근로자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계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노동계가 노사정(勞使政) 협상 복귀 조건으로 ‘일반해고 철회’를 요구한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해고 요건 완화를 위한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인사관리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해서 노사정 대화 복귀를 촉구하려는 것이지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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