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25>“당신을 바꿔 놓고 말겠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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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여자들 공통의 속성 중 하나가 자기 남자를 원하는 스타일로 바꾸고야 말겠다는 집요함일 것이다. 명분도 훌륭하다. “당신을 위해서잖아.”

건강이나 성공, 자기 계발을 위한 의견 정도면 수긍하기 쉽다. 하지만 그 이상일 때도 많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검열하고 수시로 뭐하는지 체크하며 친구들 모임에도 못 가게 한다.

적잖은 남자들이 아내 혹은 여자친구의 말을 따르면서도 통제를 당한다는 점에선 불쾌감을 토로한다. 그러나 여성에겐 통제가 아니다. ‘내가 이토록 신경을 써주니 따라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상호성 원칙이다.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런 노력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사랑이든 통제든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한 습성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머릿속에 먼저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현실에서 이뤄낸다면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계획이나 통제가 스스로보다는 상대를 주로 향하고, 더구나 상대가 바라지 않는 쪽이라면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기 남자를 상대로 계획을 펼치려는 여성은, 자기 그림(이상)이 옳은 반면 현실의 남자는 잘못됐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확신은 기대에 못 미치는 그를 어떻게든 바꿔 그림에 맞추려 몰아붙인다. 남자를 통제하려는 정도가 조언 이상으로 지나칠 정도라면 그녀 스스로가 안심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그를 통해 좋은 관계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려는 것.

하지만 안심하기 위해 과도하게 남자를 통제하려 들면 두려움과 집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외면당하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인해 그의 생활에 더 많이 개입하게 된다. 맞춰주던 남자의 인내심까지 바닥나면 사랑에서 출발한 관계가 실망과 환멸로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통제에 치중하는 여성 중 상당수는 남자와의 안심 못할 관계에 앞서 자신의 내면적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말을 안 들을 때마다 ‘대체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기에’라며 속이 상하지만 깊숙한 진실은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을 남자에게 투영할 뿐이다. 스스로 불안한 속내를 남자의 사랑 확인으로 대신 채워 넣고 싶은 것이다.

이런 마음을 이해한다면 그녀의 잔소리 공세가 펼쳐질 때마다 지겨워하며 뒤로 물러서기보다 외려 한걸음 다가서서 안심부터 시켜 주는 것은 어떨까. 하지만 반복되는 잔소리를 견디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으니 문제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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