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국변호사들 불법 법률자문 성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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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자문사법 위반 로펌 첫 고발
국내 수천명 중 자문사 등록 71명뿐… 한국 변호사 채용해 편법 영업도

“○○ 컨설팅 그룹은 국내 최대 이민법 변호사로 구성된 법인으로, 한국 변호사들을 영입해 법무법인 ○○로 재탄생됐음을 알립니다.”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외국법 사무를 취급하고 광고해 온 외국 변호사와 법무법인 등에 대해 대한변협이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변협이 외국 변호사들에 대해 외국법 자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동업 형태로 법무법인을 개설해 운영한 혐의도 고발 내용에 포함됐다.

대한변협은 이날 미국 이민법 등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M과 소속 외국 변호사 2명, 국내 변호사 1명에 대해 “외국법 자문사법 위반과 변호사법 위반죄가 의심되니 철저히 수사해 처벌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M은 국내 변호사 5명, 미국 변호사 7명, 호주 변호사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2011년 11월 국제법, 이민·비자, 미국 세법과 관련된 전문적인 자문 응대와 업무 대행을 위해 미국 변호사들로 구성된 컨설팅 그룹이 모체다. 이후 컨설팅 그룹의 대표로 있던 미국 변호사 A 씨는 미국 이민법 외에 출입국관리법 등 한국법 영역까지 업무 영역을 넓히기 위해 변호사 채용 공고를 냈고, 판사 출신의 원로 변호사 B 씨(78)를 영입했다. 이어 국내 변호사 4명을 추가 영입해 지난해 12월 인가를 받고 법무법인으로 출범시켰다.

문제는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돼 있지도 않고, 국내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A 씨 등이 의뢰인들에게 미국 이민법 관련 조언을 해주며 영리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법률서비스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거나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돼 외국법 사무를 취급하거나 자문 업무를 하는 자로 제한돼 있다. 외국법 자문사는 외국법 자문사법에 따라 외국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뒤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자격 승인을 받고 대한변협에 외국법 자문사로 등록해야 한다. 외국법 자문사법 46조에 따르면 외국법 자문사 또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 이익을 공여하고 외국법 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0만 원에 처해질 수 있다.

변협은 회원인 B 변호사와 법무법인에 대해서 자체 징계도 검토하고 있다.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34조에 위반된다는 게 근거다. 변협 회장이 징계를 청구해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2009년 9월 시행된 외국법 자문사법은 외국 로펌의 국내 지사 설립과 외국 변호사의 국내 영업활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변호사 수는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5월 20일 현재 변협에 등록된 외국법 자문사는 모두 71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변호사들이 법망을 피해 외국법 자문사 유사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통설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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