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세종시 장거리 출퇴근族’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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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서울∼대전 출퇴근시간대 자유석 최대 5배로 늘렸지만…
입석 늘고 일반석 줄어 ‘예매전쟁’… 2만원 가까이 내고 서서 갈 수도
‘시속 300km 입석’ 안전성 우려도

정부청사 및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장거리 출퇴근족(族)’의 증가로 고속열차(KTX) 좌석난이 심해지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실상의 입석 차량인 ‘자유석’ 차량을 기존 1량에서 최대 5량으로 확대했다. 늘어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유석이 늘어나는 만큼 예매로 구할 수 있는 좌석은 오히려 줄어 승객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레일은 이달 1일부터 서울발 대전행 오전 7시 10분 KTX와 대전발 서울행 오전 7시 25분 및 오후 7시 15분 2편의 자유석을 각각 1량에서 5량으로 확대했다. 또 대전발 서울행 오전 6시 20분 KTX의 자유석은 4량으로, 서울발 대전행 오후 10시 40분 KTX 등 일부 다른 시간대의 자유석은 2량으로 늘렸다. 자유석 객차가 평일 기준으로 하루 18량 늘어나는 셈이다.

18량으로 구성된 KTX는 통상 1량을 자유석으로 운행한다. 자유석 승차권을 산 승객은 자유석 차량 안에 빈자리가 생기면 앉을 수 있지만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야 한다. 정기승차권(정상 운임의 50% 가격) 구매 승객도 자유석 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

코레일이 자유석 차량을 늘린 것은 폭증하는 출퇴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서울∼대전 노선에는 출퇴근 시간(오전 6시 30분∼7시 30분)에 평균 10분 간격으로 KTX를 투입하고 있지만 일반 좌석은 물론이고 자유석까지 매진되는 일이 잦다. 표를 못 구한 일부 승객은 출발 시간이 다른 열차의 자유석 승차권을 사서 원래 타려던 열차를 타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자유석 승객은 승차권에 표시된 열차 시간 전후 1시간 이내 KTX를 마음대로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 측은 “정부세종청사가 완공되고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장거리 출퇴근 승객이 급증한 것이 요인”이라며 “자유석을 확대해도 입석표 총판매량은 늘리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의 자유석 객차를 늘리는 것은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석표 판매량을 늘리지 않는다고 해도, 자유석 승차권과 정기승차권 발매를 확대하면 결과적으로 입석 승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귀경하는 한 세종청사 공무원은 “자유석이 늘면서 일반석 KTX 예매가 더 어려워졌다”며 “자유석 가격도 편도 2만 원에 가까운데 운이 나쁘면 짧지 않은 거리를 서서 가야 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세종시#ktx#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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