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런 ‘쓰레기 행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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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음식물 처리 대란 부른 구로구, 무슨일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사는 주부 유모 씨(29)는 2일 음식물쓰레기봉투를 사기 위해 집 근처 마트를 찾았다. “모두 팔렸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마트를 찾았지만 역시 동이 난 상태였다. 유 씨는 마트 3곳을 더 돌았지만 쓰레기봉투를 구경도 못 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요즘 서울에서도 유독 구로구에서만 이처럼 쓰레기봉투 ‘구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 씨처럼 주민들은 ‘보물찾기’하듯 쓰레기봉투를 찾아 마트를 전전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판매처를 알려 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쓰레기봉투를 구했다’는 글이 성공담처럼 올라올 정도다. 유 씨는 “봉투를 구했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가게를 찾아가도 이미 다 팔려서 허탕 치는 일이 다반사”라며 “게다가나 날이 더워지면서 집안에 쌓인 음식물쓰레기 냄새 때문에 고역이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은 이렇다. 6일 서울시와 구로구에 따르면 구는 이달부터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했다.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비용을 현실화한다는 취지로 일반·음식물쓰레기봉투 가격을 1장당 적게는 10원, 많게는 1480원 올렸다. 특히 배출방식을 함께 바꿨다. 그동안 구로구 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한꺼번에 쓰레기를 수거한 뒤 비용을 나눠 부과하는 단지별 종량제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번에 집집마다 배출량을 확인해 비용을 내게 하는 가구별 종량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구로지역 공동주택 230개 단지의 7만5925가구는 집집마다 음식물쓰레기를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 과거에는 단독주택만 이런 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했다. 이제는 아파트 가구 수만큼 쓰레기봉투 수요가 늘어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1, 2L짜리 소형 음식물쓰레기봉투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인상 전 구입한 쓰레기봉투를 사용하려면 차액을 내고 스티커를 구입해 붙여서 배출하는데 이마저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2, 3년 새 전국적으로 가구별 종량제가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전자칩으로 해당 가구를 인식해 음식물쓰레기 무게를 측정하는 전자태그(RFID) 방식을 도입했다. 지자체들은 쓰레기봉투 사용을 지양하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할 때까지 기존의 단지별 배출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구로구도 3년 전부터 RFID 시스템을 일부 도입해 운영했지만 예산 부담이 크자 이를 확대하는 대신 쓰레기봉투를 이용한 가구별 종량제를 전면 시행한 것이다.

구로구는 배출방식 변경에 맞춰 쓰레기봉투를 추가로 제작했지만 당분간 품귀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로구 관계자는 “RFID를 전 지역에 시행하려면 연간 6억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품귀현상은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 편의를 위해 쓰레기봉투를 대량으로 구입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 ·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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