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앞에서 체온부터 측정… 이상없음 확인뒤 별도 안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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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어디까지]
안심병원 161곳… 현장 가보니

‘진료를 희망하시는 분은 010-××××-××××로 연락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15일 오전 11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 입구에서 15m가량 떨어진 흰색 천막에 부착된 ‘선별진료소’ 안내문에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모 씨(33·여)는 2일 삼성서울병원 암병동에 병문안을 다녀온 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37.6도의 미열이 나서 이날 이 병원에 왔다. 당초 그는 동네 내과에 갔지만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다”고 말하자 진료를 거절당했다. 결국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국민안심병원’인 영등포병원을 소개받았다. 기자가 정문에 들어서자 간호사는 체온을 잰 뒤 이름, 연락처, 방문 목적 등을 장부에 적게 했다. 이 씨가 안내문에 적힌 휴대전화번호로 연락하자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이 천막으로 왔다. 고글과 마스크를 끼고, 머리카락조차 보이지 않도록 모자를 쓴 채였다. 이 씨는 병원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 천막에서만 진료를 받은 뒤 단순 감기 증세로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 호흡기 환자와 일반 환자 따로 진료


열 체크 15일 메르스와 관련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암병원 
출입구에서 의료진이 내원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일반 환자와 호흡기 질환자를 
분리된 공간에서 치료하는 병원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열 체크 15일 메르스와 관련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암병원 출입구에서 의료진이 내원객의 체온을 재고 있다. 국민안심병원은 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해 일반 환자와 호흡기 질환자를 분리된 공간에서 치료하는 병원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5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 국민안심병원은 이처럼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나 호흡기 질환자를 다른 환자들과 분리된 구역에서 진료하는 곳이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가 주로 병원 내에서 확산되고 있고 국민이 병원 방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만큼, 환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또 다른 국민안심병원인 영등포구 한강수병원 정문에 들어서자 직원은 이마 부위에 기계를 대서 체온을 쟀고, 장부에 이름과 주소, 연락처를 적도록 했다. 오후 2시 반, 40대 남성 A 씨가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정문에서 체온을 재자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발열 판단 기준과 같은 37.5도가 나왔다. 이 남성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건물 밖 천막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로 들어갔다. 박선희 외래간호팀장(40·여)은 파란 비닐로 된 방호복을 입고 N95 마스크, 의료용 비닐장갑을 낀 채 A 씨를 맞았다. 귀 속에 체온계를 넣고 쟀더니 37.3도로 다소 낮게 나왔다. A 씨는 메르스 의심 정황이 없다고 확인된 뒤에야 병원으로 들어갔다.

○ 제대로 된 운영 매뉴얼 없어, 홍보도 부족


메르스 감염이 확산된 이달부터 이미 상당수 병원에서는 이처럼 선별진료소를 마련해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별도 구역에서 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국민안심병원의 요건으로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호흡기 환자 분리 진료 △폐렴 의심환자는 혼자 입원 △메르스 음성 환자만 중환자실 입원 △의료진 방호 철저 △불필요한 면회 제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메르스 감염자와의 접촉 가능성 조회 △병원 내 감염관리 강화 등이다.

이에 따라 국민안심병원인 삼육서울병원은 입원실과 진료실로 향하는 통로에 ‘국민안심병원 지정에 따른 정부 시책에 의거해 병실 방문 금지 실시. 1환자당 1일 1인 1회. 방문시간 제한: 오전 8∼10시, 오후 17시∼19시 30분’이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뒀다. 이날 일부 방문객은 병문안을 제지당하자 소리를 지르며 항의하기도 했다.

좀 더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는 까닭에 현장에서는 병원마다 위생 관리나 감염 차단을 제각각 하기도 했다. 국민안심병원인 중앙대병원 정문에서는 파란 방호복과 마스크를 쓴 의료진 2명이 손 소독제를 짜주면서 모든 출입객이 의무적으로 손을 소독하게 했고 후문에서는 체온을 체크했다. 반면 국민안심병원인 서울 B병원에서는 정문과 후문에 체온을 재거나 손 소독제를 권유하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 건물에도 누구나 별다른 제지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B병원 관계자는 “원무과에서 환자 접수를 하면서 열이 있는지,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문진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를 씌우고 선별진료소로 보낸다”고 말했다.

아직 국민안심병원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날 중앙대병원을 찾은 김모 씨(65·여)는 “국민안심병원에 대해 들은 적도 없고, 몰랐다. 메르스 때문에 올까 말까 망설이다 왔는데, (메르스 의심) 환자와 분리해서 진료해 준다니 조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15일을 기준으로 총 161개 병원이 국민안심병원에 참여하고 있다. 병원 명단은 복지부가 운영하는 메르스 포털(www.mers.go.kr)이나 대한병원협회 홈페이지(www.kha.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국민안심병원 1,2차 161곳 명단 확인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체온#안심병원#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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