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정보 공유시스템 늦어… 76번 환자 ‘병원 순회’ 놓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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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고리를 끊자/의료진-정부]
‘병원 방역’ 무엇이 시급한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의 병원 내 대량 감염이 이어지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병원 간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못한 점을 꼽는다.

만약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메르스 접촉자 관련 정보를 조회해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일찍 가동됐다면, 건국대병원의 76번 환자와 감염 우려자들의 격리 조치는 보다 신속하게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조회시스템은 6일 오후 10시 이후에야 가동되기 시작했다.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7일 만이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3일 이르면 당일 중으로 의료진용 조회시스템을 가동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동은 3일 이상 늦어졌다. 만약 이 시스템이 일찍 가동됐다면 삼성서울병원의 대량 감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의 ‘의료기관 정보마당’ 내에 메르스 대상자 조회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메르스 환자 접촉 여부와 격리유형(시설격리, 자가격리, 격리해제, 능동감시 등), 노출 의료기관, 최종 접촉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스템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문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호흡기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메르스로 의심하고 대응해야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내과 개원의는 “시스템 속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메르스 감염자의 경우는 의사의 문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실제 진료시간이 1∼2분에 지나지 않는 현실에서 이게 잘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의료체계에서는 의료기관이 검색할 수 있는 환자 정보는 해당 기관의 진료기록뿐이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다. 관리대상 목록에 올라가지 않으면 의사의 꼼꼼한 문진만이 메르스를 가려낼 수 있다.

손준성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추천한 메르스 환자 선별을 위한 의료진의 문진 수칙은 다음과 같다. △중동이나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환자 발생 병원이나 경유 병원 방문 여부 확인 △임상증상 문진 및 발열(복지부 지침상 37.5도), 호흡기증상(기침 가래 숨참), 소화기 증상(구토 복통 설사) 확인 △면역력 저하시키는 당뇨 만성간질환 신장질환 등 기저질환 유무 확인 △면역억제제 복용 여부 확인 △장기이식수술이나 항암약물치료 이력 확인 등이다.

한편 메르스에 감염되면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중환자실의 경우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의 경우 호흡기내과 중환자실의 인터폰을 누르자 발열 체크도 하지 않고 물티슈 등의 물품을 반입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중환자실 면회객 출입 때 이상증세를 묻지도 않는 등 메르스 발생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실정이다. 대전의 다른 병원 중환자실의 한 환자 가족은 “의학적으로 면회객을 제한하지 않아도 괜찮은지 알 수 없지만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병원의 안전 불감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병선 bluedot@donga.com / 대전=지명훈 기자
#메르스#병원#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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