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나 재채기 많은 환자 위험… 응급실 환경-병문안 문화도 한몫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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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차 확산/어디까지 번지나]
‘슈퍼 전파자’ 어떻게 생기나

슈퍼 스프레더(spreader·전파자)는 의학계에서 8명 이상을 감염시킨 환자를 부르는 용어다. 평택성모병원에서 38명에게 메르스를 감염시킨 1번 환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 34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14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로 지목되자 또 다른 슈퍼 전파자가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슈퍼 전파자가 아닌 일반 메르스 감염환자는 1명당 평균 0.6∼0.8명을 전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다량의 감염환자를 만드는 슈퍼 전파자의 발생을 막아야만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과학대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환자, 특히 천식이 있어 기침이 잦은 환자가 슈퍼 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다른 환자에 비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나타나는 증상의 정도는 환자의 평소 건강 상태가 좌우한다는 것. 건강 상태가 나쁠수록 다른 환자들보다 더 많은 기침과 재채기를 해 바이러스를 잘 퍼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천식이 있을 경우 더욱 위험하다.

슈퍼 전파자가 될 만한 환자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슈퍼 전파자를 만든 의료 환경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슈퍼 전파자가 된 환자들에게서 유별난 특이점을 찾기는 어렵다”며 “전염을 부추긴 국내 응급실 환경이나 병문안 문화가 슈퍼 전파자의 탄생을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메르스 환자를 일반 폐렴 환자로 진단한 의료진의 오진과 환자가 알아서 찾아가야 하는 의료시스템(닥터 쇼핑) 등이 슈퍼 전파자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정 교수는 “응급실의 다른 환자들이 14번 환자의 기침 소리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고 들었다”면서 “그만큼 일반 환자들이 메르스 감염환자(14번 환자)와 같은 공간에 가까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슈퍼 전파자의 등장을 막고 바이러스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감염 증상의 시작이 곧 전염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보건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시간이지만 감염 뒤 24시간이 지나면 체내 바이러스의 양이 처음 흡입한 바이러스 양의 1000∼1만 배로 늘어난다. 국내 평균 잠복기인 6.5일 동안 체내 바이러스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잠복기가 끝나기 무섭게 다른 감염환자를 만들 준비를 끝마친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잠복기가 지난 후 감염환자가 기침과 재채기를 하게 되는 것은 메르스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다른 감염환자를 만들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 교수는 “철저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환자와 의심환자를 추적해야 되지만 무엇보다 국내의 열악한 응급실 환경과 과도한 병문안 문화가 개선돼야 바이러스 확산은 물론이고 슈퍼 전파자의 등장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메르스#슈퍼 전자파#스프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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