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캠핑장 70% 등록마감 앞두고 발동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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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 2014년 뒤늦게 마련… 농지 전용한 대부분 시설 불법 전락
업계 “한시적 양성화 조치 필요”

18일 오후 경기 포천시 관인면의 한 캠핑장. 9200m² 규모의 땅에는 글램핑용 텐트 21개, 차량 5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있다. 백운계곡에서 내려온 영평천이 근처에 흐르고 산세가 수려해 주말이면 가족들이 몰리는 수도권의 인기 캠핑장이다. 그러나 2010년 6월부터 캠핑장을 운영해온 김광희 씨(60)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야영장업’ 등록 때문에 자칫 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캠핑장 시설은 기준을 충족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지목(地目)이 발목을 잡았다. 김 씨의 캠핑장 부지는 논으로 돼 있다. 그가 처음 캠핑장을 설치할 때는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부분 농지나 산지를 불법으로 전용해 부지를 조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수년간 캠핑장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정부는 지난해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관련 규정(일반 야영장업)을 처음 신설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민간 캠핑장은 이달 말까지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미등록 시설은 내년 2월부터 단속되고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캠핑장은 대지나 잡종지 유원지에서만 설치가 가능하다. 만약 김 씨가 야영장업을 등록하려면 농지전용 허가를 받아 지목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현행 농지법은 불법 전용 때 반드시 원상복구를 먼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씨는 “현재 시설을 다 걷어내고 논으로 바꾼 뒤 다시 절차를 밟아 시설을 갖추려면 수억 원으로도 부족하다”며 “사실상 캠핑장 문을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전국 대부분 캠핑장의 사정이 비슷하다는 것. 현재 전국의 캠핑장 1900여 개 가운데 70%가량인 1300여 개가 농지나 산지를 불법 전용해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18일 경기도의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지역 내 600개 캠핑장 가운데 418곳(70%)이 불법으로 조사됐다. 결국 예정대로 야영장업 등록이 진행되면 대다수 캠핑장이 모두 문을 닫는 ‘캠핑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기까진 제도상의 문제가 크다. 지난해 일반 야영장업 신설 전까지 캠핑장 관련 시설기준이나 업종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캠핑장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던 실정이다.

이에 따라 캠핑업계는 한시적 양성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경기도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지를 불법 전용해 운영 중인 캠핑장을 원상회복 없이 양성화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그 대신 양성화로 인해 업주가 얻게 될 혜택을 감안해 적용 대상을 현재 운영 중인 야영장으로 제한하고 농지전용부담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형평성을 이유로 내세우며 어렵다는 의견을 보인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농식품부와 산림청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양성화에 따른 논란도 있지만 공공야영장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단속만 하면 캠핑 대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포천=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캠핑장#등록#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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