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1+1 상품 구입=이익’은 착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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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1+1’ ‘하나를 사면 반값에 하나 더’ 등 각종 광고로 치장된 상품을 보며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생활용품을 묶어서 팔던 ‘묶어 팔기’는 최근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깝게는 음식점 세트메뉴, 펀드 가입을 조건으로 이율을 낮춰주는 대출상품, 초고속 인터넷과 이동통신을 묶은 통신상품, 게다가 타이어와 파손보험을 결합한 상품까지 등장했다.

결합상품은 몇 가지를 묶어서 팔기 때문에 저렴하다고 느끼기 쉬우며 낮은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는 소비자들에게 유익한 선택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결합상품이 전면에 내세우는 혜택에는 분명 착시 효과가 존재한다.

결합상품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혜택인 가격 할인은 정말로 유익한 것일까? 패스트푸드점의 세트메뉴를 보자. 누구나 한 번쯤은 햄버거에 1000원만 더 내면 감자튀김과 콜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원의 말에 세트메뉴를 선택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세 가지를 모두 구매하려던 소비자에게 세트메뉴는 분명 혜택이라 할 수 있지만 햄버거만 사려 했던 소비자는 의도하지 않던 상품을 구매하고 더 많이 지출한 셈이 된다.

한편 상품을 결합하는 것이 혜택이 아니라 오히려 불편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케이블TV가 제공하는 채널 수는 기본 상품이 100개, 프리미엄 상품이 200개 이상이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약 12개의 채널만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채널을 제공하면서도 마치 저렴한 가격에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다.

또 결합상품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얻는 대신에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점도 간과하기 쉽다. 예를 들어 유무선 통신의 결합상품은 약정 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중간에 통신사를 변경하면 결합 할인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에 결국 계속 혜택을 받기 위해 통신사를 변경하지 못하는 ‘잠김(lock-in)’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결합상품은 시장 경쟁의 측면에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이 자사의 여러 상품을 묶어서 팔면 해당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에까지도 시장 점유의 효과가 파급돼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와 같은 맥락으로 시장 경쟁을 침해하게 된다.

결합상품의 착시 효과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좀 더 합리적으로 상품을 바라볼 수 있다. 정책당국 역시 소비자에게 진정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결합상품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효과를 명확하게 분석해서 제도의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이 있다. 꼭 결합을 해야만 할인해 줄 수 있을까? 하나만 선택한 소비자에게도 조금은 싸게 팔 길은 전혀 없는 것일까? 묶어 팔기로 소비자들을 몰아쳐 가며 수익을 올릴 길만을 찾지는 않았으면 한다.

여정성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1+1#묶어 팔기#결합상품#착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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