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법, 미쓰비시重 근로정신대 손배소송 선고연기 요청에 ‘퇴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2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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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 광주고법 304호 법정. 양금덕 할머니(84) 등 원고 5명이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결심공판에선 재판 연기 여부를 놓고 재판부와 피고 측 간 공방이 벌어졌다.

광주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홍동기)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재판장은 미쓰비시 측 변호인에게 “피고 측 대표가 변경된 만큼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미쓰비시 측 변호사는 증빙서류 제출의사를 밝힌 후 “동일사건이 대법원에 가 있으니 대법원 결론이 나온 다음에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장은 “미쓰비시 측이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유사 사건) 재판에서 패소하고 재상고하지 않았느냐. 재상고하지 않았으면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대법원 결론을 기다릴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이미 법률적 판단을 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 변호사가 “대법원 판단은 전원합의체 판단이 아니다”고 하자 재판장은 “대법관들이 적절히 판단한 것 같다”고 일축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양 할머니는 “원고 5명 중 2명은 몸이 아파 법정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없다”며 “억울함을 풀지 못하면 눈을 감고 죽을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양 할머니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와 재판까지 하게 된 사실에 감사하다. 응원해 준 분들이 고맙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일본 나고야 소송지원회 소속 일본인 4명과 고교생 10여명, 시민단체 회원 등이 참석했다. 양 할머니 등은 일제 강점기인 1944년 5월 “일본에 가면 중학교를 보내주고 돈도 많이 벌게 해 준다”는 일본 헌병과 일본 교장의 말에 속아 미쓰비시 중공업에 강제 동원됐다. 재판부는 10여분 만에 변론을 종결하고 다음달 24일 오후 1시 50분 선고하기로 했다.

한편 2013년 11월 1심에서는 미쓰비시가 양 할머니 등 4명에게 1억5000만 원씩을, 다른 1명의 유족에게는 80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강제징용시설에 대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규탄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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