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재가동 논란, 정말 안전한가?…일부 주민들 단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9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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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의 한적한 어촌 마을. KTX 신경주역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이 곳에 웅장한 돔형 건물들이 우뚝 서 있다.

잠수복 차림의 해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높은 철조망 담장을 따라 뭍으로 올라온다. 다른 한쪽에선 해골이 그려진 걸개그림을 내건 촌로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평화로움과 긴장이 어색하게 교차하는 이곳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월성 원자력발전소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 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한 지 한 달을 맞아 20일 월성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은 여전히 재가동에 반대하며 농성 중이다. “안전은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와 한수원을 못 믿겠다”며 반발하는 주민들과의 간극은 재가동 승인 후에도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다.

월성 1호기 위에도 2030년까지 원전 12기의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이번 월성 재가동을 둘러싼 당국과 주민간의 소통 및 해결방안 모색이 향후 원전 관련 갈등을 풀어낼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 “건물만 낡았을 뿐 내부는 새 원전”

이 곳에는 최근 시험가동에 들어간 신월성 2호기를 포함해 총 6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설계수명(30년)이 만료된 2012년 11월 20일을 끝으로 깊은 겨울잠에 들어갔다. 한수원 측은 가동 중단 2년 5개월 만인 지난달 재가동 승인을 받자 다음달 29일을 ‘재가동 D데이’로 잡고 1071시간의 마지막 정비에 들어갔다.

기자가 방문한 월성 1호기의 주제어실(MCR)은 원자로와 터빈발전기를 움직이는 원전의 두뇌 격이다. 벽에는 ‘괜찮다는 바로 그 때, 사고가 찾아 온다’는 문구와 함께 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그려진 포스터가 걸려 있다. 2003년 2월 지구로 귀환하던 중 공중에서 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한 ‘컬럼비아호 사고’에서 안전의 교훈을 찾자는 의미였다.

서경석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차장은 “가동 중단 기간에도 시설 유지를 위해 예외 없이 근무 체제를 유지해왔다”며 “대규모 설비 개선을 통해 원전의 핵심설비인 압력관과 제어용 전산기 등을 새 것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터빈실에서는 직원들이 스키장 등에서 볼 수 있는 ‘에어건’으로 사람 키보다 큰 대형 터빈을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한 달 넘게 진행되는 계획예방정비 기간 동안 발전기와 터빈을 일일이 분해한 뒤 부품에 문제가 없는지 재차 점검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2년 가까이 가동이 중단됐지만, 안전성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안전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나아졌다”고 주장했다.

● “설계수명 다 됐으면 이젠 중단시키자”

한수원이 이처럼 안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원전 인근에서 30년 넘게 살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원전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동경주 대책위원회’는 재가동 승인 직후 월성원전 정문에 천막을 치고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일부 주민들은 단식에 나섰다. 신수철 대책위 공동대표는 “주민을 설득한 뒤에 계속운전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부와 한수원이 일을 거꾸로 하고 있다”며 “재가동을 위한 계획예방정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다만 외부 환경단체 및 정치권과의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나아리의 한 주민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원전이 안전한 지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듣는 것”이라며 반핵 단체들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한수원 측은 “적절한 시기에 주민들과 차분하게 허심탄회한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이상훈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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