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10만원’에 앙심 품고…장난전화는 명백한 범죄행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15시 44분


코멘트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치킨 시킨 적 없는데요?”

충북 청주에서 치킨 가게를 하는 이모 씨(33)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치킨 한 마리를 배달했는데 집주인이 시킨 적이 없다고 부인했던 것. 이 씨는 “집주인이 장난 전화를 한 것인지, 다른 사람이 엉뚱한 집 주소를 알려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장난전화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닭 값도 손해지만 왜 이런 장난을 치는 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고 씁쓸해했다.

초등학교의 정직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장난전화 금지다. 상대방을 골탕을 먹이는 것이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당하는 사람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크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신번호 표시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면서 장난전화가 사라질 거란 예측도 있었지만 장난전화는 익명성을 무기 삼아 일상 속으로 더 확대되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모 씨(58)는 지난해에만 네 차례에 걸쳐 구청 위생점검을 받았다. 보통 일년에 한 번 정도 하는 위생 점검을 유독 자주 받은 것이 꺼림칙했던 유 씨는 최근 동네 상가 번영회에 참석했다가 인근 음식점들도 자신과 비슷하게 서너 차례씩 위생 점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아무래도 장사가 잘 되는 것을 시기한 누군가가 구청에 허위 신고를 하는 것 같다”며 “음식점을 깨끗이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누가 이렇게 허위로 신고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특히 112와 119 등 경찰과 소방서를 상대로 한 장난전화는 엄연한 범죄행위다. 이달 10일 대구지방법원은 수십 차례에 걸쳐 거짓 신고를 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이모 씨(41)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신고해 지구대 경찰관들이 충돌하게 만드는 등 총 38차례에 걸쳐 장난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다 약식기소돼 벌금 10만 원을 낸 것에 앙심을 품고 장난전화를 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수도권의 한 실내경마장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 특공대까지 출동해 대대적으로 수색했지만 허위 신고임이 드러났고, 다섯 달 동안 2700여 통의 장난전화를 건 한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부터 상습적으로 허위 신고를 한 사람은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출동에 들어간 비용을 민사소송을 통해 청구하고 있다. 지난해 허위 신고를 한 10명 중 8명이 형사처벌을 받았고, 구속된 사람도 30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2013년 7504건이었던 허위 신고는 지난해 2350건으로 크게 줄었다.

고명석 국민안전처 대변인은 “구조나 화재 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장난전화인지 아닌지 일일이 다 확인하고 출동할 수는 없다”며 “장난전화 한 통 때문에 가장 긴급하게 구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만큼 장난전화 범죄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