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스마트 의료, 獨 아성 뚫고 의료 메이저리그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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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병원시스템 첫 수출]
대전선병원, 벨라루스 가스프롬 메디컬센터와 23일 본계약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메이저리그인 유럽에서 맹주 독일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대전선병원의 유럽 동부 벨라루스 진출은 단순한 의료수출 한 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스트리아의 바메드사를 비롯해 독일, 영국, 이스라엘의 세계적인 병원들과의 경쟁을 뚫었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기관이 유럽 진출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유럽의 맹주 독일 오스트리아 무너뜨려


2018년 유럽 동부 벨라루스 민스크에 건립되는 가스프롬 벨라루스 본사 조감도. 우측 고층 건물과 중앙 4개의 중층 건물에는 호텔, 쇼핑몰, 컨벤션센터가 들어서고 왼쪽 저층 건물에는 메디컬센터가 입주하게 된다.
2018년 유럽 동부 벨라루스 민스크에 건립되는 가스프롬 벨라루스 본사 조감도. 우측 고층 건물과 중앙 4개의 중층 건물에는 호텔, 쇼핑몰, 컨벤션센터가 들어서고 왼쪽 저층 건물에는 메디컬센터가 입주하게 된다.
선병원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 2018년까지 건립되는 가스프롬 메디컬센터의 설립 전 과정을 컨설팅하게 된다. 병원 건축 디자인, 건설, 진료과목 및 의료장비 선정, 의료진 및 서비스 인력 교육, 병원 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대전에 위치한 병원을 민스크에 그대로 이식하는 셈이다. 병상은 1, 2인실 위주로 30∼50병상을 꾸려 고급병원을 지향하기로 했다. 병원은 컨설팅만으로 2018년까지 300만 유로(약 36억 원)의 수익을 거둔다.

2018년 말 메디컬센터 개원 이후에는 국내 의료진을 파견해 2023년까지 5년간 위탁운영을 한다. 큰 문제가 없을 경우 5년 더 운영하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병원 측은 연매출과 순이익의 일부를 위탁운영 수수료로 받는다. 의료진의 국내 유료연수, 중증환자 국내 이송 등을 통해서 추가 수입도 예상된다. 병원 업계에 따르면 10년 동안 최소 300억 원에서 최대 500억 원의 위탁운영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벨라루스는 현재 유럽 유수 병원들이 진출해 있지만 의료 서비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중화돼 있는 심장 스텐트 수술이 일부 병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선병원은 가스프롬 메디컬센터에 암진단 종합검진센터, 심뇌혈관센터, 척추관절센터, 산부인과, 소아과, 치과, 원스톱 응급의료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 소련권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앙금 때문에 독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지만 의료 수준이 낮아 아프면 어쩔 수 없이 독일 의사를 찾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의사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초기 투자 없는 스마트 의료수출

이번 프로젝트는 스마트 의료수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초기 투자자본 없이 국내의 의료기술과 병원 구축 및 운영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기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병원들이 건물 임대 및 의료시설 구축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벨라루스 프로젝트도 현지 병원 건설과 장비 구입 등 초기 비용은 가스프롬 벨라루스 법인에서 부담하게 된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권을 획득한 아랍에미리트(UAE) 셰이크 칼리파 왕립병원, 서울성모병원이 건립한 UAE 아부다비 검진센터도 비슷한 형태다.

배병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미국 유명 병원들과 달리 한국은 의료수출 후 우수한 국내 의료인을 현지에 파견하기 때문에 현지의 신뢰를 더 얻고 있다”며 “스마트 의료수출이 활발해지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러시아 유럽 본토 환자 국내 유치 시너지

벨라루스 진출은 구 소련권과 동유럽 환자를 국내로 유치하는 등의 시너지 효과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한 의료관광객 중 러시아인의 비중은 전체의 11.4%로 중국(26.5%), 미국(15.5%)에 이어 세 번째로 부상했다. 러시아 현지에도 의료한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러시아 환자들은 한국까지 올 필요 없이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벨라루스 현지에서 수술이 어려운 고난도 중증질환자가 발생할 경우 국내 이송을 통한 추가 수익도 발생할 수 있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환자유치지원실장은 “러시아뿐 아니라 의료 수준이 서유럽에 비해 떨어지는 동유럽 환자들까지 국내로 유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병원의 해외 진출로 비수도권의 지역 강소(强小) 병원들의 의료수출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의료수출은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과 강남의 일부 대형 성형외과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선병원은 검진센터를 특화시키면서 2011년 870명에 불과하던 해외환자를 지난해 5000명까지 끌어올리며 해외환자 진료 노하우를 쌓아왔으며 본보 ‘우리동네 착한병원’ 시리즈에 선정되기도 했다.

:: 가스프롬 ::

러시아의 국영 천연가스회사로 세계 정상급 에너지 기업이다. 매출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이르고,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20%를 생산하고 있다. 에너지 사업뿐 아니라 금융업, 항공업, 방송업, 러시아 프로축구팀 FC제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벨라루스 법인이 수도 민스크 중심부에 22층 규모의 복합 건물을 2018년까지 건립하고 있다. 대전선병원이 위탁운영권을 따낸 가스프롬 메디컬센터는 이 건물에 입주할 예정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대전선병원#벨라루스#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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