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헬기장 새로 지었더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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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임시착륙장 폭 좁아 위험
2014년부터 추진… 용지 문제로 표류

해경 헬기가 추락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는 지난해부터 헬기장 조성이 추진됐으나 부지 선정 문제로 진척 없이 표류해 왔다. 가거도 독실산(639m) 정상 부근에는 경찰 레이더기지 앞에 헬기장이 있으나 1년 중 300일 이상 안개가 끼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남도는 지난해 2월경 가거도 방파제 안쪽 물양장(物揚場·선박이 짐을 싣고 내리는 시설)에 헬기장 조성을 추진했다고 15일 밝혔다. 물양장에 H자 마크를 그리고 야간 조명장치를 설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물양장 주변에 테트라포드(방파제에 쓰이는 콘크리트 블록)가 쌓여 있는 데다 어민들의 생계 터전이어서 헬기장 조성 사업의 진척이 없었다.

전남도가 물양장에 헬기장을 새로 설치하려 한 건 480m 길이의 방파제 중간에 있는 헬기 임시착륙장의 폭(가로)이 12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헬기장은 최소 가로 25m, 세로 25m 넓이로 조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경이 지난달 말에도 방파제 임시착륙장에 조명시설을 설치할 것을 신안군 등에 제안해 한때 논의가 이뤄졌으나 이마저도 법 규정과 침수 우려 등으로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전남 목포한국병원에서 반경 100km 이내 섬의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는 닥터헬기 운영팀도 지난해 9월경 가거도 헬기장 신설을 위한 실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방파제 착륙장이 폭이 좁고 강풍의 영향 등을 받을 수 있어 낮에도 이용할 수 없다고 결론 냈다. 당시 운영팀은 물양장 등에 정식 헬기장을 조성해야만 운항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직선거리로 147km 떨어져 있다.

목포지방해양항만청은 가거도 방파제의 폭을 12m에서 100m로 넓히는 공사를 2020년까지 할 예정이다. 이 방파제 공사가 끝나기 전까지 최소 5년간은 정식 헬기장을 갖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신안군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폭이 좁은 가거도를 비롯해 안좌면 자라도, 박지도 등에서도 헬기장 조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이형주 peneye09@donga.com·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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