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경석]‘의원 甲질’ 뒷짐만 진 새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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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석·정치부
강경석·정치부
“문제가 된 곳이 대체 어디입니까.”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한다고 했지만 정작 당원 입당을 막는 역설적 상황을 지적한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를 접한 당 관계자들은 13일 기자에게 문제가 된 당원협의회를 캐물었다. 하지만 필자는 답할 수 없었다. 취재원 보호는 물론이고 어느 지역구에서 문제가 됐는지 알려지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중앙당 사무처는 이날 해당 시도당 사무처에 보도에 따른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 하지만 자체 점검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어찌 보면 그 대답은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미 현역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측 인사들이 장악한 지역구 당협에서 ‘불편한 진실’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도당 사무처 직원들이 일일이 지역을 훑으며 당원 입당 막기 실태를 점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기득권층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면 문제 될 일이 아니다. 일일이 사례를 찾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근본적 처방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 정당민주주의가 정착되려면 당원을 늘려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동안 여당은 여러 차례 당원 확장을 시도해 왔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문제가 되자 “교과서에나 나오는 얘기” 식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신인들은 정치 진입장벽을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원 가입만 해도 현역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 조직을 통해 50명, 100명씩 모아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지지자 한 명이 아쉬운 정치 신인들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다.

이런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 채 상향식 공천만 도입한다고 해서 진정한 정치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지도가 거의 없는 정치 신인들이 갑자기 슈퍼맨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한 인사는 “아무리 지역구에서 열심히 뛰더라도 조직 동원력은 현역 의원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실감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당 지도부가 진정으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당원이 주인이 되는 당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현실적 토양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공천 개혁은 말로만 떠들어서는 안 된다.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당#공천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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