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5%, 노조동의 없인 전환배치도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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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곳 단체협약 내용 분석
경영상 이유 정리해고 할때도 17%가 노조동의 얻어야
10곳중 3곳 ‘고용세습 조항’

경영난으로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강관 제조업체 A사 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부터 파업 중이다.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조는 전근 등 전환배치를 할 때 노조 동의를 구하도록 요구했고, 사측은 “인사권 침해”라면서 거부했다. 35차례에 걸친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노조는 파업을 시작했고, 사측은 직장폐쇄와 대체 인력 투입으로 맞서고 있다. A사 노조가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단체협약에 전환배치 노조 동의 항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 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단체협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기업 4곳당 1곳은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전환배치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 기업 727곳 가운데 근로자의 전근, 전직 등 전환배치 시 노조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사업장은 181곳(24.9%)이었다.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실시할 때도 노조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사업장은 125곳(17.2%)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를 할 때는 노조 동의 없이 사전 통보만으로 가능하다. 근로자의 징계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한 사업장은 87곳(12.0%)이고, 이 가운데 찬성과 반대가 동수일 때 부결하도록 한 사업장은 20곳(2.8%)이었다. 이 사업장들은 노조의 동의 없이는 사실상 직원에 대한 징계가 불가능한 셈이다. 전환배치와 정리해고는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노조와 협의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노조의 과도한 경영권 개입”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221곳(30.4%)은 정년퇴직자나 업무상 재해를 당해 죽거나 다친 직원의 배우자, 직계 자녀 등에 대한 우선 특별채용 규정을 두는 등 사실상의 ‘고용 세습’ 조항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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