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과자… 뻥 장난감… 배신감 팍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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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3월의 주제는 ‘정직’]<42>과대포장 이제 그만

“과대포장은 소비자 기만행위입니다.”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8월 25일∼9월 5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과대포장 단속에서 한 제과업체는 포장 공간 비율 위반으로 과태료 300만 원을 물었다. 단속에 걸린 업체 제품의 포장 공간 비율은 61%. 내용물이 차지하는 공간은 40%가 채 안 됐다.

단속에 걸린 한 장난감 업체의 제품은 포장 공간 비율(77.4%)이 무려 80%에 가까웠다. 포장 안에 든 장난감이 차지하는 공간은 5분에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텅 비었다는 얘기다. 과대포장은 결국 그만큼 가격 인상을 부른다. 소비자로서는 쓸모도 없는 포장 값으로 훨씬 비싸게 물건을 사는 셈이다. 예를 들어 명절 때 주고받는 과일선물세트의 안팎을 두르는 띠지를 없앨 경우 약 5000원이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 장모 씨(60)는 “국산 과자를 사보면 정작 과자는 얼마 없고, 질소만 가득 주입돼 있을 때가 많아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반면 수입 과자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내용물이 알차 속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단속에 걸린 업체들의 변명은 비슷했다. 경쟁 업체들 대부분이 과대포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만 규정대로 ‘정직한 포장’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이 같은 과대포장 등으로 하루에 배출되는 포장 폐기물은 약 2만 t으로, 전체 생활 폐기물의 약 35%를 차지한다.

과대포장 문제는 외형과 치장을 중시하는 소비문화 때문이지만 그 근본을 들여다보면 사고파는 행위가 정직해야 한다는 원칙을 외면해온 탓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은 이런 과대포장에 대해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기만행위”라며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과대포장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의 포장은 외국 업체들에 비해 훨씬 더 과한 편이다. 환경부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과자류 62개 제품(국산 41개, 외국산 21개)의 포장 실태를 점검했더니 국산의 포장 공간은 내용물 대비 평균 2.5배로, 외국산의 1.6배보다 더 넓었다. 화장품도 마찬가지. 조사 대상 국산 40개 제품의 용기 부피는 내용물에 비해 평균 2배가 컸다. 외국산 12개 제품은 평균 1.7배였다.

과대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화장품 업계 1, 2위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2013년부터 용기 감량 시범사업을 벌여 아모레퍼시픽은 3개 제품의 포장용기를 평균 20%, LG생활건강은 5개 제품에서 평균 30%를 감량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노력만으로 과대포장이 근절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진수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과대포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선택도 중요하다”며 “적정포장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과대포장#질소 과자#뻥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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