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代 또 ‘감당못할 출산’ 비극… 극단선택 내모는 입양특례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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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영아살해 16개월만에 발각… 경찰 ‘당시 중학생 부부’ 검찰 송치
‘출생신고 해야 입양’ 특례법 시행후 영아유기 2013년 225건… 4년새 4倍로
“현실 외면한 행정-법령 손질 절실”

지난달 6일 서울 은평구 거북산 중턱을 파내려가던 경찰이 흰 옷에 싸인 갓난아기 백골을 발견했다. 2013년 9월 살해된 남아였다. 부모는 당시 중학생이던 A 군(16)과 B 양(17). 둘의 가정은 모두 가난했고, 부모에게 임신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키우기 어렵겠다고 판단한 이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살해해 산에 묻었다. 형편이 어려워 직접 키우기 어렵다면 아이를 입양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은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생각했더라도 ‘반드시 출생신고를 해야 입양을 보낼 수 있다’는 현행 법규 때문에 중학생 부모가 입양을 선택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들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한 서울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1일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입양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고 그런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면 나이 어린 부모가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극단 선택 강요하는 입양특례법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유대운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2014년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영아 유기는 679건 발생했다. 2013년 한 해 동안만 225건이 발생해 2009년 52건의 4배로 늘어났다. 이 중에서 10대가 저지른 영아 유기가 14%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이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아이를 입양 보내려면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다른 연령대보다도 10대 미혼모는 아기를 호적에 올리기를 심하게 꺼려 오히려 아기가 버려진다는 것이다.

김홍중 입양특례법 재개정 추진위원장은 “보건복지부에서는 뿌리 찾기를 이유로 특례법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미혼모에게 경제적 지원도 없고 사회적으로 편견도 심한 상황에서 출생신고를 강요하는 것은 억지”라고 강조했다. 훗날 입양아들이 보다 쉽게 친부모를 찾게 하려고 만든 법안이 영아 유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뜻이다. 2012년 93.8% 등 국내 입양 중 90% 이상이 미혼모가 낳은 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잘못된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1년 1452명, 2012년 1048명 등 연간 1000명을 넘어가던 미혼모 자녀 입양자 수가 법 시행 직후인 2013년에는 641명으로 뚝 떨어졌다. 백재현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3년 1월 입양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상임위 안건으로도 채택되지 못하고 있다.

○ 생명 살리려면 미혼모 지원해야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도 늘어나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게 교회 등에 마련한 상자다. 서울시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는 2012년 67명에서 2013년 208명, 2014년 220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입양이 어려워지면서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기가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게 여전히 냉정한 사회의 시선과 경제적인 어려움도 큰 이유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미혼모에게 지원하는 아동양육비는 2인 가족 기준 월수입이 154만 원 이하인 경우 월 15만 원에 불과하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10대 부모’에겐 일자리 지원이나 양육정보 제공 등 아이와 먹고살 수 있는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영아 유기와 살해는 미혼모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환경에 내몰려 벌어지는 일”이라 진단하고 “10대 미혼모가 늘어나는 만큼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손가인 기자
#10대 영아살해#입양특례법#영아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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