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악취 민원 ‘승기하수처리장’ 현대화 예산타령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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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시설 교체 국비 확보못했다”
인천시, 국회 상임위 의원에 읍소… 자체 예산은 한푼도 편성안해

인천 송도국제도시 연결 도로 초입에 위치한 승기하수처리장(연수구 능허대로)은 낡은 시설에서 악취를 심하게 풍겨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동 20년째를 맞아 고장 나거나 불량 설비가 증가해 장비를 교체해도 악취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국비 타령’만 하고 있다. 시가 최근 이곳의 기계 및 설비 분야에 대한 악취 기술 진단을 한 결과 장비 1148대 중 22.4%만 양호하고 44%는 노후, 25.2%는 불량, 8.4%는 고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악취 차단을 위해 하수처리시설 지하화, 전면 개보수, 처리장 이전 등 3개 방안을 놓고 고심하다 2015∼2022년 2800억 원을 들여 현대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부분적인 시설 지하화를 포함한 하수 처리 공정 개선, 노후 시설 교체 및 수선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 전체 예산의 10%를 환경부에서 받기로 했지만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직 자체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시가 책임질 90%의 예산 중 한 푼도 마련하지 않은 채 해당 부처를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예산 확보를 읍소하고 있다.

시는 22일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인천지역 국회의원의 보좌관 비서관 등 10여 명을 초청해 국비 지원을 요청한 사업 설명회를 처음 열었다. 이날 배국환 경제부시장 주재로 해당 실국장의 요약 설명이 끝나자 국회의원 보좌진의 성토가 잇따랐다. 인천시 공직자들이 현안 해결을 위해 책임감 있는 활동에 나서기보다 민원을 의식해 정부나 국회에 보고서만 제출하는 ‘면피성 행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승기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의 경우 매년 악취 민원이 2000여 건에 달하지만 인천시 담당 공무원은 예산 확보에 필요한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은 채 인천환경공단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승기처리장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하수과장이 짧으면 3개월, 길어야 12개월만 하다 바뀐 경우가 3번이나 된다. 환경 분야 전문가를 홀대하고 있고, 악취 민원 해결을 회피하는 게 공직 사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인천환경공단은 올해 64억 원을 투입해 악취 포집 시설과 하수 처리 찌꺼기(슬러지) 처리 시설을 급히 보강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인천시가 국비 지원을 신청해 놓고 확답을 듣지 못해 ‘서류 계획’으로만 방치한 사업이 수두룩하다. 서구 청라지구 중앙호수공원에 건립하기로 한 청라복합문화센터는 155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국비 62억 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와 구는 각각의 자체 예산 46억5000만 원 중에서 한 푼도 책정해 놓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의 보좌관은 “대통령과 시장의 공약이면서 지난해 초 착공식까지 했던 사업에 대해 예산도 수립하지 않고 국비에 의존하는 행태를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 인천장애인평생교육관과 동구 문화체육터 건립, 영흥도∼덕적도 전력 송출 선로 공사, 분뇨 처리 시설 확충 등도 국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업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배 부시장은 “국비 확보를 위한 시의 노력이 부족했던 사실을 인정한다. 올해부터 국고 전담 부서를 신설했기 때문에 시 발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의 예산 배정이 확실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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