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단독]‘송파 세모녀 사건’ 벌써 잊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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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위기 가정 발굴 ‘더함복지사’ 2015년 절반 축소

올해 2월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반지하 주택 침실에서 박모 씨(61·여)와 그의 큰 딸(36), 작은딸(33)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방안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고, 서랍장 위에는 하얀 봉투가 놓여있었다. 봉투 속에는 집주인에게 보내는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 원이 들어있었다. 12년 전 남편을 잃고 식당 일을 하던 박 씨는 손을 다쳐 일을 중단한 상태였다. 큰딸은 당뇨와 고혈압을 앓았고, 작은딸은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들은 결국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이다.

이 사건은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서울시는 사고 이틀 뒤 관계 국장 회의를 열었고, 박원순 시장에게 보고한 뒤, 4월부터 ‘더함복지상담사’ 제도를 새로 시행했다. 현장과 행정 업무를 겸임하는 기존 사회복지사 인력만으로 ‘송파 세 모녀’ 같은 위기 가정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발품을 팔며 적극적으로 위기 가정을 찾아다니는 상담인력을 확충한 것이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민간에서 채용된 더함복지상담사 260명은 4월부터 6개월간 위기 가정 9만3226가구를 발굴했다. △기초수급자 등 복지 제도권에서 탈락한 가구(4만1716가구) △월세 체납 등 상담사가 직접 발굴한 위기 가정(2만7514가구) △찾아가는 현장상담소가 발굴한 위기 가정(8039가구) △위기 가정이 직접 전화상담한 경우(1만5957가구)다.

짧은 기간 9만 가구가 넘은 위기 가정을 발굴한 것은 성과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서울시는 위기 가정 가운데 69%(6만4734가구)만 지원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서둘러 제도를 시행하면서 21억 원의 인건비 예산만 겨우 확보했기 때문이다. 위기 가정에 대한 지원액은 대부분 민간단체의 참여로 충당하다 보니 곳곳에서 ‘구멍’이 났다. 상담사를 투입해 위기 가정을 열심히 찾아냈지만 정작 지원은 못하는 웃지 못할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내년부터다. 서울시는 내년 1월 26일부터 6개월간 ‘2기 더함복지상담사’를 운영한다. 그러나 인력을 올해의 절반인 130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서울시에 근무하는 지원 인력(10명)을 제외하고, 올해는 자치구별로 10명의 상담사가 현장에서 활동했다. 내년에는 서울시와 자치구 인력이 5명으로 줄어든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도 안돼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반감된 것이다. 다만 서울시는 내년 13억 원의 상담사 인건비에 별도로 위기 가정 지원액 13억 원을 마련했다.

서울시 희망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올해 활동으로 위기 가정을 상당 부분 발굴한 데다가 예산 부족이 겹쳐 상담사 인력을 줄이게 됐다”며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내년 상반기 170명, 하반기 500명이 확충되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더함복지사#송파 세모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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