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최 경위 유서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경찰 명예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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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2월 15일 1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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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경위 유서. 사진=채널A 캡처
최 경위 유서. 사진=채널A 캡처
최 경위 유서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경락 경위(45)의 유서가 공개됐다.

최 경위의 유가족은 14일 오후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전체 14장 가운데 가족 관련 내용을 제외한 8장을 공개했다. 유서에는 문건 유출 주범으로 몰린 데 따른 억울함, 동료를 비롯한 주변 사람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최 경위 유서는 A4용지 절반 크기의 스프링노트에 쓰였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경찰 생활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 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이라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경찰이)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며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다”면서도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도 행복하다. 감사한다”고 적었다. 최 경위는 동료와 언론사 기자 등 주변 인사를 언급한 뒤 “이제라도 우리 회사(경찰)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평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정보1분실 동료 한모 경위에게는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적었다.

최 경위의 친형 최요한 씨(56)는 유서를 공개하며 “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써서 세상을 떠났기에 이렇게 나서서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경기 이천시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그는 “(검찰 수사 관련) 압박감 때문에 세상을 뜨게 됐다” “동생이 전화통화에서 (이번 수사를) ‘퍼즐 맞추기’라고 말했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앞서 최 경위는 12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귀가했다. 집에서 취침을 하는 등 휴식을 취한 최 경위는 이날 오전 9시경 서울 서초구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상담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가 13일 오후 2시 30분경 경기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의 한 주택 앞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조수석 자리에는 화덕이 있었고 번개탄 1개가 완전히 탄 상태였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며 발견되기 최소 10시간 이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숨진 최 경위는 서울의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학원 논술 강사생활을 하다 1999년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정보1분실로 오기 전에는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당시 청장 부속실에서 근무했다. 최 경위와 함께 수사를 받고 있는 한 경위는 경찰이 소재를 확인하고 별도로 보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최 경위의 유족이 일부 공개한 유서 내용▼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경찰 경험하며 16년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경찰생활을 하면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환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은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정보관으로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조○○과 조선일보 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의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단지 세계일보 조○○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김○○ 기자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가 너무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이자 아우인 한○○(경위)이가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여오게 된 것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나 경멸을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조○○ 기자도 많이 힘들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이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좀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아.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거라.

그리고 부탁하건데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아.

언론인 들어라.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최 경위 유서. 사진=채널A 캡처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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