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하라는 말보다 ‘꿈’ 찾아주는 게 우선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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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언론사 연계 진로스쿨’ 참가 자녀-학부모 인터뷰

‘대학-언론사 연계 진로스쿨’에 자녀를 참여시킨 학부모 2명은 “아이가 진로스쿨에 참여한 뒤 꿈에 확신을 갖고 학업에 더 매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초등교사스쿨 1기에 참가한 최윤서 양(광주 수피아여고 1)과 그의 어머니 유미숙 씨(위쪽 사진). 한국외대 외교통상스쿨(현 외교스쿨) 1기에 참가한 정의혁 군(울산외고 3)과 그의 어머니 서미현 씨(아래쪽 사진).
‘대학-언론사 연계 진로스쿨’에 자녀를 참여시킨 학부모 2명은 “아이가 진로스쿨에 참여한 뒤 꿈에 확신을 갖고 학업에 더 매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화여대 초등교사스쿨 1기에 참가한 최윤서 양(광주 수피아여고 1)과 그의 어머니 유미숙 씨(위쪽 사진). 한국외대 외교통상스쿨(현 외교스쿨) 1기에 참가한 정의혁 군(울산외고 3)과 그의 어머니 서미현 씨(아래쪽 사진).
“왜 공부를 안 하느냐”며 자녀를 다그치는 학부모가 많다. 책상에 앉아 공부에 집중하려는 찰나 자녀가 이런 부모의 잔소리를 들으면 공부의지가 바람처럼 사라진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공부해야 할까’ 하는 자녀의 학습동기.

여기 자녀에게 꿈을 찾아주면서 ‘공부를 할 진정한 이유’를 심어준 학부모들이 있다. 울산외고 3학년 정의혁 군의 어머니 서미현 씨와 광주 수피아여고 1학년 최윤서 양의 어머니 유미숙 씨가 그 주인공. 두 학부모는 지난 겨울과 여름, 국내 유명 대학과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가 주최하는 ‘대학-언론사 연계 진로스쿨’의 한국외국어대 외교통상스쿨(현 외교스쿨)과 이화여대 초등교사스쿨에 각각 자녀를 참가시켰다.

두 고교생은 진로스쿨에 참가한 뒤 막연했던 꿈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잡으면서 학습동기를 찾았다고 한다. 정 군은 2015학년도 수시모집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한국외국어대 중국외교통상학부에 지원해 최근 합격 통보를 받은 상태다. 고1인 최 양은 교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교사의 꿈을 키운다.

이들 고교생의 어머니들은 “자녀와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꿈’에 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학부모가 전하는 자녀의 진로 탐색법을 소개한다.

구체적이고 뚜렷한 꿈→대입 성공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외교관이 되려면 외국어 능력을 갖춰야 하니 영어와 중국어를 배워보겠다면서요. 그 뒤론 ‘공부하라’는 말보다 아들의 꿈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서 씨)

서 씨는 성장기의 아들 정 군과 함께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을 지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이 됐는지, 외교관이 어떤 직업인지를 알아보았다. 그러면서 정 군은 ‘외교관은 멋진 직업이지만 업무를 수행할 때는 많은 고충이 따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들이 꿈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도록 함께 노력한 것.

고교에 진학한 정 군은 정치외교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부원들과 시리아 내전과 같은 국제 안보 이슈를 정해 자료를 조사한 뒤 토론했다. 처음엔 회의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지, 배경지식은 어디서 얻어야 할지 등 모든 것이 막막했다고 한다.

“국가간 이해관계, 국제예절 등에 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외교관이 되려면 어떤 학문적 소양을 쌓아야 할지도 알고 싶었어요.”(정 군)

서 씨는 아들에게 한국외국어대 외교통상스쿨(현 외교스쿨)을 추천했다. 전현직 외교관과 한국외국어대 LD학부 교수진을 만나면 아들의 막연한 꿈이 구체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 군은 외교스쿨에서 한국외국어대 LD학부 현직 교수의 ‘미중 관계와 세계질서’ 강의를 들으며 경제 대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긍정적인 자극은 정 군이 중국 전문가로 꿈을 정하고 관련 학과로의 진학을 결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현직 대사가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외교관의 삶, 그리고 국제예절과 관련된 강의를 들으면서 외교관이 어떤 직업인지를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또 같은 꿈을 지닌 친구들과 모의유엔총회를 진행하면서 평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졌던 국제회의 진행 절차에 관한 궁금증도 해소했다.

정 군은 “고2 겨울방학 때 참가한 외교스쿨이 고3 때 학업에 매진하는 원동력이 됐다”면서 “고3 때 어떤 학과에 진학해야 할지, 자신의 꿈은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제법 많았는데, 나의 경우에는 외교스쿨을 통해 꿈이 확고해졌고 그 확신을 자기소개서에 밝힘으로써 대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서 씨는 “아들이 꿈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과 목표가 생기니 공부에 대한 열의가 많아졌다”면서 “중요한 시기인 고2 겨울방학 때 진로스쿨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내 적성을 확인할 기회

최 양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선생님이 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래서 어머니 유 씨는 자녀의 꿈이 확고한 줄로만 알았다.

“딸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학령인구가 감소한다는데 교사 수는 줄어들지 않을까?’ ‘남을 가르치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면서 꿈에 대한 확신이 없는 딸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었지만 정보가 부족했지요.”(유 씨)

고교에 진학한 최 양은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모인 교내 교육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교육 관련 공부를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초등생에게 미치는 영향’ 같은 소논문을 작성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적성이 교사에 맞는지, 교사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를 몸으로 체험할 기회는 여전히 간절했다.

최 양은 교내 동아리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여름방학에 진행되는 진로스쿨에 대한 소개를 듣고 이화여대 초등교사스쿨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최 양의 가족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온 가족이 서울로 올라와 숙소를 잡고 지낸 것. 아버지는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최 양은 초등교사스쿨에서 대학생이 배우는 교과과정과 유사한 커리큘럼의 강의를 듣고 현직 초등교사의 도움을 받아 교수학습 과정안, 교수학습 자료를 만들면서 모의 수업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봤다. 직접 모의 수업 시연을 해보면서 최 양은 교사라는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수업 준비에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수업 자료를 찾고 어떤 식으로 수업 진행을 할지 결정해야 했지요. 그런데 그 과정이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밌어서 꿈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초등교사스쿨을 통해 아이들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사랑받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이 생겼답니다.”(최 양)

유 씨는 “딸이 초등교사스쿨을 수료한 뒤로는 자신의 꿈을 이룰 대학, 학과를 정하고 학업에 열중한다”면서 “초등교사스쿨 멘토였던 이화여대 재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학업과 진로에 대한 상담을 받고 힘들 땐 진로스쿨 때 찍은 사진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ejkim@donga.com·김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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