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또, 신고 포상금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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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직부패 제보 20억’ 등 실적 없는데도 남발
이번엔 우버 20만원… “공무를 시민에 전가하는 셈”

부서진 가드레일을 신고하면 최고 5만 원, 세금 체납자가 숨겨둔 재산을 신고하면 최고 1000만 원, 공직자 부패를 신고하면 최고 20억 원…. 서울시가 시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각종 신고 포상금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적이 저조하다. 신고가 번거로워 세금으로 먹고사는 전문 파파라치만 양성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각종 포상금 제도 실적 거의 없어

부서진 가드레일이나 도로 표지판 등 도로시설물 파손을 신고하면 포상금으로 1만∼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사고를 낸 차량에 복구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해 도입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단 한 건의 신고도 없었다. 사고를 목격해서 신고하려면 사고 운전 차량을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함께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신고 포상금은 높지만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지급 실적이 저조한 분야도 있다. 세금 체납자가 위장 이혼 등으로 숨긴 재산을 신고하는 세금 체납자 은닉재산 신고는 2012, 2013년 각각 0건이었다. 올해 신고 건수는 8건이다. 징수 금액에 따라 최고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책정됐지만 신고가 사실인지 판가름 나지 않아 아직 포상금이 지급된 사례는 없다.

2009년부터 신고를 받는 하도급 비리는 모두 6건이 접수됐다. 포상금(최고 2000만 원)이 지급된 사례는 지난해 단 한 건, 70만 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발주하는 공사만 신고를 받는 데다 원도급자와 소송을 거치게 되므로 포상금 지급까지는 적어도 1년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공직자 비리 등 각종 공익 관련 제보는 심의를 통해 최고 10억 원, 공직자 부패 신고는 최고 20억 원까지 지급한다. 내부 고발을 하게 되면 퇴사를 강요당해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어 포상금을 높게 책정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접수된 233건 가운데 실제로는 단 한 건, 수십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 행정 편의냐 시민 참여냐

신고 포상금 제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서울시는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우버’ 영업 차량을 신고하면 포상금 20만 원을 주도록 하는 조례를 발의했다. 이달 중에 의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장애인 인권 침해를 제보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신고 포상금 제도가 정교한 설계 없이 남발되는 것은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행정 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구청에 신고했다는 한모 씨(32)는 “자꾸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이웃을 참을 수 없어 사진을 올리고 주소를 입력해 무단투기를 신고했다. 결국 벌금을 받아서 신고자에게 주는 것이니 사실상 세금으로 시민에게 일을 시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시민의식이 아니라 포상금에 기반해 신고를 받다 보니 신고로 생계를 유지하는 파파라치가 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백연상 baek@donga.com·우경임 기자
#신고 포상금제#공직부패 제보 20억#파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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