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은]박현정 사태가 드러낸 서울시향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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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문화부
김정은·문화부
2005년 3월 서울시향 단원들이 소속된 전국문화예술노동조합 세종문화회관 지부는 서울시의 ‘단원 전원 오디션 방침’에 반발하며 성명서를 냈다. 오디션 방침은 서울시와 정명훈 예술감독이 서울시향의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양자 합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시향의 노조원 단원들은 “시향 단원을 정리 해고한 뒤 기존의 서울시향을 해체하고 그 이름만 도용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고, 정기연주회 참여 거부안을 통과시키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로 영입돼 개혁을 추진한 정 감독과 시향 단원 간의 갈등은 결론적으로 정 감독의 승리였다. 정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현재까지 매년 오디션을 열어 단원의 5%를 해촉하고 있다. 단원 오디션은 시향의 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달 2일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언론에 박현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호소문을 배포했다.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일삼은 막말과 성추행 의혹 등이 주 내용이었다. 사흘 뒤 박 대표도 기자회견을 열고 반박에 나섰다. 자신의 막말 이면에는 비효율적이고, 정 감독 중심의 사조직화된 조직 문화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박 대표의 폭언 논란 등이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박 대표의 막말 등은 예술단체 대표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박 대표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감사를 통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져야 한다. 박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힘을 잃었고 언론을 통해 대표와 직원들이 벌이는 폭로전은 시향의 이미지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

하지만 박 대표가 제기한 시향의 비상식적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와 감사원은 자체 감사를 통해 박 대표가 제기한 시향의 문제들이 과연 사실인지 샅샅이 밝혀야 한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향의 비효율적 조직 운영의 문제는 더 큰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제기한 체계적인 공연 통계 부족이나 직원들의 자질 문제를 빼더라도 사무국 직원의 행정 실수로 단원 평가 결과가 뒤바뀌어 재계약할 단원이 해촉되고, 계약 해지될 단원이 재계약된 사례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내년이면 시향은 재단법인 출범 10년을 맞는다. 시향은 ‘정명훈 감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음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규정 위반 및 행정 제반 실수 등은 눈가림돼 왔던 게 아닌지 걱정된다. 시민들은 박 대표의 비상식적인 막말에도 분개하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비효율적인 운영에도 혀를 차고 있다.

김정은·문화부 kimje@donga.com
#박현정#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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