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연간 400건…잇단 ‘교수 성추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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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2월 5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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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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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및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이와 관련해 학교의 징계를 받거나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학생을 선도해야 할 교수가 성추문에 휘말리면서 '사회지도층의 성범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성폭력, 성매매 등 성범죄 혐의로 검거된 6대 전문직 종사자는 총 2132명, 연간 성범죄는 4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수를 비롯해 의사, 변호사,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이 6대 전문직 종사자에 해당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지도층의 성추문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권력관계, 사회통념적인 '성(性) 인지' 왜곡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 교수는 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대부분 전문직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주변에 있는 지도학생이나 직원 등 어떤 위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문제제기를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로 괴롭힘을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해자들에 대해 "심각한 문제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사건이 발각되면 단지 1회가 아닌 장기적으로 여러 명에게 해왔는데, 유달리 이번에만 신고가 들어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신고한 사람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피해자들은) 본인이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더 방어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다수는 신고를 안 하고 덮고 넘어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권력구조에 따른 입장차를 설명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 교수들의 성추문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했다.

그는 "대학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사건들은 교수와 대학원생이나 지도학생 사이에 일어나는 것이 많다. 관계 자체가 문제제기를 어렵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며 "석사나 박사과정, 졸업 여부가 지도교수의 전권에 달려 있어서다. 학생들이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하는 관행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교수들의 성추문 사건이 잇달아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생긴 덕이라고 해석하면서 "누적된 사건들이 얼음판을 비집고 올라오는 것"이라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성인을 대상으로 '성 인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교수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성 인지 정도를 연구한 적이 있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성 인지가 점점 왜곡되어 간다는 결과를 발견했다"라며 "(왜곡된 성 인지가) 사회의 통념화가 되기 전에 교육을 해야 한다.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도 사회통념적인 성 인지 왜곡을 가지고 있을 테니, 예방교육을 받는 것이 해결안이 아닌가 싶다"고 제안했다.

백주희 동아닷컴 기자 ju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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