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땐 사망률 6배… 탱크로리, 달리는 화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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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염산車 전복 1명 사망 22명 치료
업체 20% 일반차량에 위험물 운송… 추적장치도 9만대 중 130대 그쳐
화학물질-독가스에 대형사고 우려… “주거지역 통과 제한 등 대책 시급”

전남 여수에서 염산을 실은 차량이 전복되면서 유독가스인 염화수소가 누출돼 주민 20여 명이 치료를 받게 된 일 등으로 위험물질 운송차량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13일 0시 13분 여수시 해산동 S교회 앞 도로에서 염산 2만1000L를 실은 탱크로리 차량이 넘어졌다. 강철 재질인 탱크로리는 5개 격벽으로 구분돼 있지만 2개 격벽에 야구공 크기의 구멍이 뚫려 염산 5000L가 유출됐다. 염산은 도로 바닥의 빗물과 접촉하면서 유독가스인 염화수소로 변했다.

이 사고로 운전사 박모 씨(50)가 숨지고 염화수소를 흡입한 신모 씨(55·목사) 등 주민 6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지점에서 북동쪽으로 1km 떨어진 여수시 해산동 꼬막등마을 주민 8명은 13일 병원 치료를 받았고 다른 주민 8명도 15일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한 주민은 “염산 일부가 하천으로 유입돼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 일부 차량은 색깔까지 변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사고 당시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아 2∼3km 거리인 주거 밀집 지역까지는 가스가 유입되지 않아 추가 피해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인화물질, 독극물 등 위험물질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폭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9만여 대에 달하는 위험물질 운송차량은 교통사고가 나면 일반 사고보다 사망률이 6배나 높고 환경오염 등 2차 피해 위험도 크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위험물질 안전사고 중 46%가 운송 과정에서 난다”고 밝혔다. 특히 운송업체 중 20%는 전용용기가 아닌 일반 차량에 위험물을 실어 나르고 있어 대형 사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내 화학물질 유통량은 1998년 1억7540만 t에서 2010년 4억3250만 t으로 늘었다. 이들 물량의 80%가량은 도로를 통해 운송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체계적인 안전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위험물질 운송 관리의 법적 책임이 정부 9개 부처에 분산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올해 6월 위험물질 운송차량의 위치추적 등을 위한 통합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세월호 정국으로 국회가 사실상 중단된 탓에 아직도 국토교통위에 계류 중이다.

사정이 심각하지만 환경부는 고작 130대에만 위험물질 운송차량 모니터 시스템을 설치해 운용 중이다. 아무리 시범사업이라지만 전체의 0.1% 수준만 적용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시스템은 위험물질을 운송하는 탱크로리가 충격을 받으면 운전자의 연락처, 적재 위험물질의 종류와 분량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환경단체에서는 위험물질 운송차량이 주거 밀집지역이나 상수원 보호구역을 아예 지나지 못하게 제한하는 방안과 운행시간 제한 등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수=이형주 peneye09@donga.com / 조동주 기자
#위험물질#안전관리#대형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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