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삼성물산 굴착때 토사 14% 더 파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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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지하차도 동공 원인 발표 “연약지층 보강 미흡한 부실공사”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 구간은 한강과 인접하고 개발 이전에는 오랫동안 배후습지여서 모래와 자갈이 많은 연약 지층이다. 또 지하차도 바닥부터 지하철 공사 현장 상부까지 깊이가 7∼8m로, 지하차도가 없는 다른 구간(12∼20m)의 절반 이하에 불과해 늘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달 초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싱크홀(지반 함몰)과 동공(겉에선 안 보이는 지반 밑의 구멍)은 지하철 9호선 이 구간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이 이런 지층 특성을 고려한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고 실드 터널 공법으로 공사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최종 판명됐다. 서울시 시민조사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물산이 실드 공법으로 공사하면서 연약 지층이나 발생 토사량을 제대로 예측하고 관리하지 못한 점이 확인됐다. 이 공법은 원통형 기계인 실드 TBM(Tunnel Boring Machine)을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터널을 파는 기법이다.

삼성물산은 공사 과정에서 당초 2만3800여 m³의 토사를 파내려 했지만 이보다 14% 많은 2만7100여 m³를 파냈다. 흙과 바위가 혼합된 구간을 파 들어갈 때 윗부분의 연약 지층 토사가 쓸려 내려오는 바람에 원래 계획보다 14% 많은 토사량이 확인됐는데도 시공사는 그 원인을 제때 알아채지 못했고 결국 지층의 밀도가 떨어지면서 도로가 붕괴됐다는 것이다.

특히 TBM이 123일 동안 멈췄던 지점에서 가장 큰 동공이 발생했다. 지층 보강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 기간에 계속해서 터널 상층부의 연약 지층 토사가 터널 내부로 흘러들어오면서 대형 동공이 형성된 것.

터널 공사를 할 때는 지반 붕괴를 막기 위해 지상에서 수직 방향으로 특수용액을 넣어 터널 주변 지층을 굳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지층 특성을 감안해 터널 내부에서 수평 방향으로 주입한 데다 이 시공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처음 설계에서는 터널에 42개의 구멍을 뚫어 터널 위 지층을 다지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9개만 뚫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형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은 “저희 공사 구간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계약에 따라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수용액 주입이 미숙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추가 조사에 응한다는 입장”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조영달 dalsarang@donga.com·김현진 기자
#서울시#삼성물산#석촌지하차도#싱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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