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손님도 없는데… 방염커튼 벌금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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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신고꾼 늘어 자영업자 골머리… “의무사항인줄 몰랐는데 억울”

“세월호 참사 여파로 장사가 안 돼 정말 힘든데, 방염 커튼 전문 신고꾼(몰래 불법행위를 제보하는 사람)까지 날뛰니….”

인천 월미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 씨(54)는 최근 관내 소방서에서 100만 원이 넘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방염 커튼’을 설치하지 않은 사실을 전문 신고꾼에게 걸린 것이다.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에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 이익 및 공정경쟁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 신고가 사실로 확인되면 법령을 위반한 업소는 과태료 처분을 받고 처분 금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신고자에게 지급된다.

전문 신고꾼은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A 씨 업소의 커튼 사진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국민권익위는 이 사실을 인천중부소방서에 알렸고 지도팀은 현장에 나가 A 씨의 횟집을 점검해 즉석에서 방염 처리가 되지 않은 커튼을 제거하도록 했다. 이어 ‘다중이용업소 등 비(非)방염물품 사용 및 실내장식물 기준 위반’으로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인테리어 업자가 방염 커튼을 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 일반 커튼을 달았을 뿐이다. 단속 대상인 줄도 몰랐는데 과태료 처분까지 받고 수백만 원 들여 방염 커튼을 새로 구입해야 하니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억울해했다.

방염 커튼의 경우 디자인 등이 투박해 다중이용업소에서 설치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방염 커튼을 설치하지 않은 인천시내 다중이용업소(휴게음식점, 제과점, 일반음식점, 단란주점, 유흥주점, 노래연습장 등)가 전문 신고꾼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인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7월 5일부터 8월 11일까지 인천 다중이용업소를 대상으로 80건의 공익신고가 접수됐다. 중부소방서에 27건이 접수돼 가장 많았고 남동소방서 17건, 부평소방서에 14건 순이었다.

최근 방염 커튼에 대한 공익 신고는 서구 관내로 넘어가는 추세다. 방염 커튼 미설치에 따른 공익신고가 전국 일선 소방서에 밀려들고 있다. 7월 5일∼8월 5일 전국의 시도 소방본부에는 총 790건의 공익신고가 접수돼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업소는 189건(30.8%)이었다. 소방서 직원이 현장에 나가 확인한 결과 실제로 법을 위반하지 않은 경우도 419건(68.2%)에 달해 ‘아니면 말고’ 식의 신고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소방안전본부는 최근 공익신고가 폭증하자, 과태료 부과 시 감경 규정과 이의 절차 등을 안내하는 등 민원을 최소화하려 노력 중이다. 업종별 직능단체에도 공익신고 내용을 알려 법 위반을 하지 않도록 홍보하고 있다.

정부는 공익신고 보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보상금 지급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2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이런 내용의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행정처분액이 50만 원이어야 최소 10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던 것을 100만 원이 초과될 때만 지급하는 것으로 요건을 강화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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