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국가재난망보다 UHD방송이 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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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챙기기에 재난망 표류 위기
방송사 “700MHz 쓰게 해달라” 부처 이견… 주파수 배정 지연

연내 세부계획 마련을 목표로 하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구축 사업이 지상파 방송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 대역(698∼806MHz) 중 재난망용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제시한 구간이 지상파 방송사들이 초고화질(UHD) 서비스용으로 확보하려는 대역과 겹쳤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업계에선 “효용성도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에 국민의 안전이 볼모로 잡힌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지상파에 발목 잡힌 재난망

14일 미래부의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기술방식 정책연구 중간연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재난망용으로 필요한 주파수 대역은 718∼728MHz와 773∼783MHz 등 20MHz 폭이다. 2012년 1월 방통위가 이동통신용으로 배정했던 728∼748MHz, 783∼803MHz 대역의 옆자리다. 미래부는 결국 700MHz 대역 108MHz 폭 중 통신용 40MHz 폭은 그대로 둬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방통위가 제동을 걸면서 일이 꼬였다. “UHD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 700MHz 대역의 54MHz 폭을 달라”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주장을 수용해 ‘주파수 배분 원점 재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다. 주파수 분배는 미래부 권한이지만 방통위와 협의한 뒤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돼 있다.

미래부는 지난달 31일 방통위와 차관급협의회를 구성했다. 윤종록 미래부 제2차관과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이 대표로 나선 협의회는 이달 5일 첫 회의를 가졌지만 서로 시각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협의회는 18일 두 번째 회의를 열 예정이다.재난망 TF팀장인 강성주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일부에서 제기된 문제로 인해 주파수 확정이 지체된다면 재난망 사업 자체가 표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지상파 UHD 서비스는 자원 낭비

일부에서는 지상파 UHD 서비스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은 현재 7%대 안팎(2012년 기준 7.9%)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지상파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 중 수백만 원대의 UHD TV를 구입할 수 있는 시청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직접수신율이 20∼3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황금주파수인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배정할 경우 1MHz 폭당 200억 원 정도의 경매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상파 UHD 서비스에 54MHz 폭을 할당하면 1조 원 이상의 국가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방송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지상파 UHD 서비스에 주파수 자원을 낭비하기보단 차라리 유료방송 플랫폼을 통한 UHD 콘텐츠 활성화를 지원하는 게 시청자 편의를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한정훈 채널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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