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미래에 받을 퇴직금도 이혼 때 재산분할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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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7월 16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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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6일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남은 여생을 확정할 수 없는 만큼 분할할 재산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재산분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던 1995년 대법원 판례를 19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령화 시대가 급격하게 오면서 부동산 등 전통적 재산보다 퇴직연금의 중요성과 가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얼마를 받을지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재산분할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교사 아내 A씨가 2010년 연구원인 남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이뤄졌다. 남편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17년 뒤에 받게 될 퇴직급여도 배우자의 기여로 형성된 재산인 만큼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며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 대법원 "황혼이혼에 실질적 공평 추구"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혼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재산분할 문제에 대해 실질적 공평을 추구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황혼 이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노년 퇴직자 부부들이 이번 판결을 원용하면서 이혼 재판을 진행 중인 하급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은 박보영 현 대법관이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로 있다 변호사 개업을 해 가사사건을 변호할 당시인 2011년 9월 1심 법원인 서울가정법원에서 첫 판결이 나왔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에는 재산 분할 대상이 된다고 보면서 연금 형태로 받았을 경우에 이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같은 성격의 재산인데도 수령자 선택에 따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거나 되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서울가정법원은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켰고, 전국 가정법원 판사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주목해왔다.

● 실질적 재산분할액수는 큰 차이 나지 않을 듯


다만 퇴직금 분할에 따른 실질적인 수급액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정법원 판사들은 기존 대법원 판결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재산분할에 공평을 기하기 위해 퇴직연금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되 분할 대상 재산으로 인정된 부분에서 분할 액수와 비율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판결을 해왔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이 새로 재산분할 대상이 된 만큼 앞으로는 기존 분할 대상 재산의 분할 비율을 그에 맞게 조정하게 되면 결국엔 큰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한 법원 관계자는 "퇴직금도 재산 분할대상에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재산분할 액수와 범위에 대해서는 개별 법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황혼 부부간 재산분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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