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서답에 “난청 있나” 묻자… “30초만 숨쉴 시간 달라” 진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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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교육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답답했던 질문과 답변
“無信不立의 뜻이 뭐냐” 묻자… “말귀 못 알아들어 죄송하게 생각”
5·16 평가 질문엔 “불가피한 선택”

“30초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달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자 난데없이 이같이 말했다. 의원들도 황당해했다. 그간 제기된 의혹을 따지는 야당 의원들에게 “윽박지르지 마시고…”라고 훈계를 하기도 했고 “그런 게 (논문에) 실렸습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조차 “소통이 너무 되지 않는다”며 혀를 찼다.

“서울대 사범대 졸업 후인 1975년 서울 강서중에서 윤리교사로 의무복무를 했죠?”(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

“아닙니다.”(김 후보자)

“네? 윤리교사로 의무복무를 안 했나요?”(배 의원)

“네, 했습니다. 갑자기 이상한 얘기를 해서 잘못 대답했습니다.”(김 후보자)

새정치연합 소속 설훈 위원장은 “난청(難聽) 있습니까”라며 “질문과 다른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정확히 듣고 정확히 답변하라”고 주의를 줬다. 그러자 김 후보자는 “너무 긴장했다. 30초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설 위원장은 “많은 인사청문회를 봐 왔지만 후보자가 쉴 시간을 달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라면서도 “물 한잔 드시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은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를 얻지 못하면 설 수 없다)’의 뜻이 뭐냐”며 “김 후보자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따졌다. 김 후보자는 질의 내용을 몇 번씩 되물은 뒤 배석한 교육부 관계자들의 도움을 얻어 간신히 답을 했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같은 당 유은혜 의원이 ‘초중등 교원 선발 및 임용에 관한 고찰’ 논문 표절을 인정하느냐고 따지자 김 후보자는 “인정이라기보다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유인태 의원이 “장관직을 사양했어야 한 것 아니냐”고 따지자 김 후보자는 “청문회를 낭만적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백주대낮에 벌거벗겨져 내동댕이쳐질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여당 의원들도 김 후보자의 답변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새누리당 김학용 의원은 “죄를 지어서 나온 게 아니다. 대한민국 공직에 나아가기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나와 있는 것”이라며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소신과 철학을 얘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죄송하다. 목이 잠겨서…”라고 엉뚱한 답변을 했다. 신문 칼럼을 제자가 대필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자 “제자가 선생의 허물을 탓하는 건 할 수 있지만 스승이 제자를 탓하기는 어렵다.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다”라고만 했다.

같은 당 유재중 의원은 김 후보자를 방어하기 위해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장점을 물었다. 김 후보자는 “인간을 사랑하고, 부지런하고, 어떤 일에 묻혀 있을 때 그 일에 몰두하는 것이 제 장점”이라고 답했다.

새정치연합 윤관석 의원이 5·16군사정변에 대한 견해를 묻자 김 후보자는 “당시 우리는 최빈국이었고, 사회상이 상당히 어지러웠다.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을까라고 본다”고 답했다. 설 위원장이 “교과서에 군사쿠데타로 명시된 것이 잘못됐다는 거냐”라고 추궁하자 “정변이라는 쪽에 제 생각이 더 가 있다. 정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나온 용어인데…”라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채린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김명수 교육장관 후보#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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