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5만원권엔 위조 방지 최첨단 기술이… 홀로그램에 4가지 무늬 숨어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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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동전에 숨겨진 과학

동아일보 6월 21일자 A8면에 ‘5만 원권 발행 5년’을 돌아보는 기사가 실렸네요. 처음에는 액수가 커서 부담스럽던 5만 원권이 어느새 흔히 쓰이는 지폐가 되었다니, 그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졌구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사실 세상에서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죠? 특히 현대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에 웃고, 돈에 우는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또 최근에는 첨단 스캐너, 컬러 프린터의 등장으로 위조지폐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하다 적발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요. 물론 이를 막기 위한 최첨단 과학 기법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화폐에 숨겨진 재미있는 과학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동전에 숨겨진 과학 원리

동전은 서로 다른 금속들을 혼합하여 만듭니다. 그래서 종류에 따라 색이 다르고, 크기와 무게도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500원과 100원 동전은 구리와 니켈을 혼합한 백동을, 50원은 구리, 니켈, 아연을 혼합한 양백을 사용합니다. 또 동전 중에는 테두리에 홈이 있는 것이 있는데, 이 홈의 개수도 동전의 종류에 따라 제각각 다릅니다. 그래서 금속의 종류나 크기, 무게, 홈 등을 잘 관찰하면 쉽게 위조 동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표 판매기나 자동판매기도 가짜 동전을 자동으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투입구에 넣은 동전은 전기장을 지나가게 되어 있는데 진짜 동전과 동일한 크기, 정확히 같은 종류의 금속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위조 동전은 전기를 통과시키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금방 알아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동전은 자석 앞으로 굴러가게 되어 있습니다. 동전은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자석에 끌리는데, 그 힘에 의해 동전의 속도가 변합니다. 금속의 종류에 따라 속도가 변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속도의 변화를 측정하면 위조 동전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 지폐 종이에 숨겨진 과학 원리

진짜 지폐는 일반 종이가 아니라 면섬유로 만든 종이를 씁니다. 면섬유는 일반 종이보다 질기고, 인쇄가 깨끗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린터를 이용해 일반 종이에 인쇄한 위조지폐는 잉크가 잘 번지고 그림이 흐릿해 쉽게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한 제지 공장에서만 만든 면섬유 종이를 사용하는데 공장마다 사용하는 섬유가 조금씩 다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의 달러화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면섬유가 포함돼 있죠. 또 지폐에 형광 물질이 포함된 특수 섬유를 넣어 자외선으로 보았을 때 형광색이 보이게 하기도 합니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은 것으로, 빛의 보라색 바깥쪽에 있습니다. 물질과 화학적 반응을 잘 일으키기 때문에 ‘화학선’이라고도 부르죠. 우리나라 지폐에도 형광색사가 들어있어서 자외선을 쬐면 형광색이 나타납니다.

○ 5만 원권에 숨겨진 과학 원리

5만 원권은 가장 최근에 발행된 지폐이기 때문에 그만큼 위조를 막기 위한 최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지폐 중앙 왼편에는 청회색 특수필름으로 만든 은선이 있는데, 지폐를 위아래로 흔들면 태극무늬가 좌우로 움직이고, 좌우로 흔들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뒷면 오른쪽 액면 숫자(50000)는 색이 변하는 특수한 잉크를 사용하여 기울기에 따라 자홍색에서 녹색, 또는 녹색에서 자홍색으로 변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색 변환 잉크는 미세한 금속 가루를 섞어서 만드는데요. 금속 가루가 지폐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빛을 서로 다르게 반사하기 때문에 다른 색깔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왼쪽 끝부분에는 홀로그램이 붙어 있어서 각도에 따라 색상이 바뀌면서 태극과 한반도 지도, 50000, 태극기의 건곤감리 등의 무늬가 나타납니다. 1만 원짜리에도 홀로그램이 있습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독도가 명확히 표기된 우리나라 지도가 보이기도 하고, 건곤감리, 10000, 무지개 등을 볼 수 있습니다.

○ 홀로그램이란?

그럼 홀로그램이란 무엇일까요? 빛의 간섭성을 이용해 입체적인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것을 홀로그래피라고 하고, 이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을 홀로그램이라고 합니다.

홀로그램은 많은 곳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에도 흔히 쓰이고, 공상과학영화에서 허공에 나타나는 그림, 놀이공원 귀신의 집에서 나타나는 귀신 영상들이 바로 홀로그램입니다. 또 최근에는 가수들의 공연을 홀로그램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공연장까지 생겨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홀로그램의 기본 원리인 빛의 간섭현상은 비눗방울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비눗방울을 불고 자세히 살펴보면 알록달록 예쁜 무지갯빛을 띱니다. 비눗방울은 공기를 담고 있는 구 모양의 아주 얇은 막인데, 두께가 너무 얇아서 비눗방울에 도달한 빛의 일부는 바깥층에서 반사되고 일부는 안쪽에서 반사됩니다. 이 두 개의 반사광이 서로 간섭을 일으켜 알록달록 무지개 색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 화폐박물관에 가 봐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 가 볼까요?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화폐와 금융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전 만들기, 위조화폐 식별하기, 경제 게임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화폐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를 알 수 있고, 화폐 제조 과정과 화폐에 사용되는 각종 위조 방지 기술을 볼 수 있습니다.

고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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