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 않은 귀신의 집은? 반전과 유머, 유쾌한 생각뒤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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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미국 아이오와 주 에임스 시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열린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부산 동성고팀이 ‘쌓아 올릴 수 있는 구조물’ 종목에 출전해 자신들이 설계한 나무 구조물에 바벨을 올리고 있다. 구조물이 버텨낸 바벨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에임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지난달 30일 미국 아이오와 주 에임스 시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열린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부산 동성고팀이 ‘쌓아 올릴 수 있는 구조물’ 종목에 출전해 자신들이 설계한 나무 구조물에 바벨을 올리고 있다. 구조물이 버텨낸 바벨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에임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가보지 않은 길을 가봅시다. 창의성을 발휘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듭시다.”

지난달 28일 밤 미국 아이오와 주 에임스 시 아이오와주립대 힐턴콜리세움 체육관. 새뮤얼 미클러스 박사의 개회 선언과 함께 제35회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결승전 개막이 팡파르와 함께 시작됐다.

1978년 뉴저지 주 로앤대 교수였던 미클러스 박사가 창안한 이 대회는 전 세계 학생들이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 공연을 선보이는 ‘창의력 올림픽’이다. 올해 대회는 한국을 포함한 23개국 833개팀, 1만여 명(코치 포함)이 참가해 5개 종목에서 나흘 동안 자웅을 겨뤘다.

○ 올림픽 못지않은 경쟁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는 학생 7명씩 팀을 만들어 회원으로 가입한 뒤 각국 예선을 통과하면 참가할 수 있다. 팀을 꾸릴 때는 같은 학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종목은 매년 바뀌며 사전에 과제를 준비할 수 있도록 1년 전에 발표된다. 종목별로 초중고교 및 대학생 등급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르며 제시된 과제를 기초로 창의적인 공연을 선보이면 된다.

올림픽처럼 종목별로 1∼3위까지 상이 수여된다. 순위는 과제 수행 여부와 창의성 등을 심사위원들이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긴다. 특히 공연시간(8분), 필수 등장인물, 비용(종목별로 125∼145달러) 등의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감점을 받는다. 점수를 최대한 많이 따고, 감점을 최소화해야 입상할 수 있는 만큼 올림픽 못지않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 “한국팀 창의성 굉장히 우수”

한국은 15개팀 1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해 2위 한 팀, 4위 한 팀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 초등학생 연합팀으로 ‘백문이 불여일견’ 종목에 출전한 ‘샤크’팀은 한 도시에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퍼져 사람들이 백신을 맞게 되는 과정을 공연으로 선보여 2위를 차지했다. 샤크팀은 난타와 레미제라블 등 외국인들도 친숙한 뮤지컬을 공연에 삽입하고, 영어 발음을 이용한 언어유희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박혜진 지도교사는 “단순히 창의력만 경쟁하는 대회가 아니라 기존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을 넓히고, 다양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많은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다지 무섭지 않은 귀신의 집’ 종목에 참가한 ‘스페이스 마인’(제주지역 초등학생 연합) 팀도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면서 다양한 반전과 유머가 넘치는 공연을 선보여 4위를 차지했다. 특히 공연 중간에 ‘꿍따리샤바라’와 ‘빠빠빠’ 같은 케이팝과 안무를 집어넣어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금선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뒤집어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며 “주입식 교육으로 창의성을 의도적으로 개발해주기보다는 아이들이 즐겁게 잘 놀면서 창의성이 자연스레 생기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팀들도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해 ‘라나트라 푸스카상’(창의성 점수가 가장 높은 팀에 주는 특별상)을 받았던 서울 계성초등학교팀은 ‘무섭지 않은 귀신의 집’에 출전해 바이올린 연주자를 이야기꾼(내레이터)으로 내세우는 등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다. 부산 동성고팀이 ‘쌓아 올릴 수 있는 구조물’ 종목에 출전해 선보인 구조물은 약 90kg의 무게를 버텨냈고 ‘우리가 지배하는 방식’ 종목에 출전한 대전 어은초등학교팀도 신라 선덕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 공연으로 ‘자발성’ 부문에서 만점을 받았다. 한국 대표단을 인솔한 황욱 전 창의력교육협회장은 “창의력 교육을 통해 창의성이 높아지면 글로벌감각과 사회성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 있다”며 “주입식 교육이 여전한 한국의 교육시스템도 앞으로는 창의성을 개발해주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4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과제

▽면허시험=
모형자동차가 운행되는 면 허시험장을 창의적으로 연출
▽그다지 무섭지 않은 귀신의 집=놀이시 설에 많이 있는 귀신의 집 을 재미있게 표현
▽우리가 지배하는 방식=법령 등 국가의 지배구조를 공연으로 구현
▽쌓아 올릴 수 있는 구조물=큰 무게를 버티는 구조물을 설계
▽백문이 불여일견=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공연으로 표현

에임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제35회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창의력#샤크#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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