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스토리텔링 in 서울]이태원 이슬람 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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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살라무 알라이쿰” 아랍이 말 걸다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가운데 정문 위에는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을 담은 ‘알라후 악바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가운데 정문 위에는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을 담은 ‘알라후 악바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동아일보DB
서울 시내에는 교회, 성당, 사찰 등 수많은 종교시설이 있지만 4대 종교 중 하나인 이슬람교 사원은 단 한 곳뿐이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100m 가다 보면 오른쪽에 1차로 도로가 보이는데 여기서부터 용산구 우사단로10길 39(한남동)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까지가 이슬람 거리다. 독특하고 신비로운 이슬람 문화를 도심 속에서 맛볼 수 있다.

○ 한국-중동 우호의 상징

이태원에 이슬람 거리가 조성된 것은 1976년 이슬람중앙성원이 생기면서부터. 1960년대 말 중동 건설 붐에 이어 석유 파동이 발생하면서 우리 정부는 중동 산유국과의 관계 개선을 고민했다. 중동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성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외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이태원이 후보지로 선정됐다.

1969년 5월 정부가 약 5000m²의 부지를 내놓자 성의에 감동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국가들은 성원 및 이슬람센터 건립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1974년 10월 착공해 1976년 5월 21일 한국 최초의 이슬람성원이 문을 열었다.

1층에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사무실과 회의실이 있고, 2층에 남자, 3층에 여자 예배실을 각각 마련했다. 부속 건물인 이슬람센터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개발은행의 지원을 받아 1991년 3층으로 증축됐다. 이곳에는 무슬림 어린이의 교육을 위한 마드라사(이슬람교의 신학교)와 이슬람문화연구소 및 학생회 등 산하 단체의 사무실이 들어서 있다.

이슬람성원이 들어선 뒤에도 한동안 유흥가였던 이 일대가 오늘날의 모습으로 바뀐 건 정부가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한 1993년. 신앙심 깊은 무슬림들이 성원 주변으로 모여들면서 이슬람 특유의 ‘할랄푸드’ 가게, 이슬람 의류인 히잡 가게, 이슬람 서점 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매매와 도박, 음주를 죄악시하는 무슬림의 영향으로 유흥가도 쇠퇴해갔다. 요즘 예배가 있는 금요일과 주말엔 수많은 무슬림은 물론이고 한국인 관광객까지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에 처음 온 무슬림들은 식사 시간이 곤혹스러웠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회식 메뉴는 삼겹살과 소주인데, 무슬림들에게 술과 돼지고기는 금기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슬람식으로 도축하고 조리된 ‘할랄푸드’를 구할 수 없었던 무슬림들은 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을 사와 직접 ‘할랄 치킨’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슬람 상권이 커지고 한국 유통 시장도 생긴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이슬람성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있던 돼지국밥집이 2008년 문을 닫은 것은 이 거리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슬람 문화에서 불결하게 여기는 돼지를 취급하니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결국 이슬람 식품을 취급하는 마트로 바뀌었다.

○ 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이슬람 거리의 핵심은 이슬람성원이다. 푸른색 타일의 아라베스크 무늬로 장식된 큰 아치형 대문을 통과하면 ‘진리의 시작’을 의미하는 초승달 조각이 달린 첨탑이 건물 양옆에 솟아 있다. 가운데 돔 앞에 초록색 아랍어로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글귀가 새겨진 모스크가 눈에 띈다.

요즘은 무슬림이 아니어도 이국적 풍경에 취해 관광차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성원 밖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지만 예배실을 구경할 땐 주의해야 한다. 여성은 중앙 계단을 통과해 모스크에 입장하면 안 되고 짧은 치마나 바지를 입어서도 안 된다.

성원 옆 이슬람문화연구소에선 각종 이슬람 관련 서적과 동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아랍어 연수원에선 아랍어 강좌와 각종 문화 강좌를 무료로 들으며 이슬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한때 한국에서 이슬람교는 ‘테러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2004년 한국인이 이라크에서 납치됐을 때 이슬람성원도 테러의 위협에 시달렸다. 그러나 무슬림들은 이슬람교가 평화의 종교라고 주장한다. “앗살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가 깃들기를!)이라며….

서울시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관광자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속 세계여행’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태원은 패션거리, 세계음식거리, 앤티크 가구거리, 이슬람거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투어 코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시 관광정책과 02-2133-2817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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