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종교시설은 접근 막고 농장만 보여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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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금수원 내부 공개]
금수원, 기자들에 생색내기용 공개

금수원, 일부시설 공개후 기자회견… 유병언 사진작업실은 ‘출입금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측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금수원 일부를 18일 언론에 공개한 뒤 체육관 옆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위 사진). 체육관 2층에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진 작업실이 있어 이곳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어 왔다. 체육관 주변에는 구원파 신도들이 유 전 회장 수사 이후 피해를 받았다며 그 사례를 적어 놓은 대자보들이 철조망을 따라 전시돼 있다. 안성=사진공동취재단
금수원, 일부시설 공개후 기자회견… 유병언 사진작업실은 ‘출입금지’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측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금수원 일부를 18일 언론에 공개한 뒤 체육관 옆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위 사진). 체육관 2층에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진 작업실이 있어 이곳 창문을 통해 사진을 찍어 왔다. 체육관 주변에는 구원파 신도들이 유 전 회장 수사 이후 피해를 받았다며 그 사례를 적어 놓은 대자보들이 철조망을 따라 전시돼 있다. 안성=사진공동취재단
18일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 시설 공개는 29개 언론사의 취재기자 44명을 대상으로 오전 11시부터 3시간가량 이뤄졌다. 인솔자는 시설 곳곳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도 취재진이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이동할 때마다 따라붙어 엄격히 통제했고 예배당 등 핵심 종교 시설은 공개하지 않았다.

○ 젖소-나귀 축사… 저수지 양어장 시설도

시설 공개는 금수원 정문에서 서쪽으로 800m가량 떨어진 하나둘셋영농조합법인 소유 농장 입구에서 시작됐다. 무전기를 들고 선글라스를 낀 신도 3명이 ‘출입금지’라고 적힌 철문을 지키고 있었다. 사무국 직원 조모 씨는 미리 취재를 신청한 언론사에 한해 소속 기자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철문을 통과시켰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50m 정도 지나자 저수지와 논밭, 양어장이 곳곳에 나타났다. 축사에서는 젖소 70여 마리와 나귀 40여 마리가 사료를 먹고 있었다. 구회동 기독교복음침례회 의료인회장(50·전 문진미디어 감사)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유한다는 교리에 따라 신도들이 인근 아파트에 살며 농장 일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신도들은 농장에서 항생제를 전혀 쓰지 않고 생산했다며 유기농 우유와 쑥떡, 말린 사과를 취재진에게 권하기도 했다.

시설 안내는 농장까지였다. 예배당으로 활용되는 체육관과 문화관 등 핵심 종교 시설이 모여 있는 단지에 다다르자 철문이 달린 철조망과 초소가 나타났다. 철조망 반대편에는 신도들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서 있었다. 구 회장은 “신도끼리 의견이 엇갈려 종교 시설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신도들이 민감해하니 철조망 반대편으로는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유병언은 교주나 지도자 아니다”

이어 마련된 기자회견에는 구 회장과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49), 조평순 호미영농조합법인 대표(60) 등이 참석했다. 회견은 체육관 옆 연못 주변에서 열렸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이 체육관 2층의 사진 작업실에서 4년간 ‘내 방 창문을 통해(Through my window)’라는 사진을 촬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유 전 회장이 (체육관 2층 작업실에) 지금도 계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금수원 내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고 뜬소문이라는 반박도 있어서 확언해 주기는 어렵다”며 “여기서 큰 소리로 부르면 나오실지 누가 아나”라고 앞뒤가 안 맞는 얘기를 하며 유 전 회장의 소재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유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관계에 대해서는 “유 전 회장은 교인도 아니고 교회와 금전적으로 얽히지도 않은 순수한 멘토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 전 회장을 ‘교주’나 ‘지도자’로 표현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 해명에 대해 기자들이 회견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질문을 계속했으나 “사업 초기 아이디어를 준 것 외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 “구원파 내 ‘강경-온건’ 갈려”

이 이사장 등은 구원파 신도 대부분은 ‘검찰의 시설 진입에 저항하자’는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구성원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회장을 믿고 끝까지 싸우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유 전 회장 계열 ‘평신도복음선교회’의 신도와 비교적 신중한 권신찬 목사(1966년 사망) 계열 신도가 섞여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이번 검찰 수사의 배후로 지목하고 시설 공개에 반발한 것은 평신도복음선교회 쪽”이라고 말했다.

구원파 측이 16일 21개 언론사와 기자 등 2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놓고 18일에는 MBC, SBS, TV조선, 국민일보 등 5개 언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언론사에 시설을 공개한 것은 ‘대(對)언론 강온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강제진입 압박이 들어오자 구원파에 비우호적인 보도를 차단하는 강경책과 우호적 여론을 조성해 보려는 온건책을 함께 쓰고 있는 것이다.

18일에도 금수원 정문에서는 주말예배 참석을 위해 몰린 신도 2500여 명이 ‘종교탄압 OUT’ 등 팻말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반경 건설업자 조모 씨(53)가 유 전 회장을 직접 잡겠다며 정문에서 30m쯤 떨어진 곳의 철조망을 넘어 금수원 안으로 들어갔다가 신도들에게 적발돼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조 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안성=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김재형 기자
#세월호 참사#금수원#유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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