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폐교 위기 딛고 아토피 치료 힐링학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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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창초등교의 대변신

아토피 특성화학교로 변신한 수원 남창초교 운동장에 새로 마련된 친환경 놀이터에서 학생들이 미끄럼틀을 타며 놀고 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아토피 특성화학교로 변신한 수원 남창초교 운동장에 새로 마련된 친환경 놀이터에서 학생들이 미끄럼틀을 타며 놀고 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경기 수원시 팔달구 남창초등학교 6학년 장지영 양(13)은 어릴 때부터 아토피로 고통을 받아왔다. 양방 한방 모두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올해는 아토피가 더 심해져 팔다리는 물론이고 얼굴까지 증상이 나타나 우울하다. TV에서 아토피 치료를 위해 시골로 내려가 병이 호전됐다는 친구들을 볼 때면 부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 양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장 양이 다니는 남창초교가 최근 아토피를 치료하는 친환경 학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원 남창초교는 ‘친환경 아토피 특성화학교’로 조성돼 16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수원시와 수원교육지원청, 남창초교가 2012년 8월 아토피 특성화학교 만들기 업무협약을 맺은 지 1년 8개월 만이다. 수원시는 지난해 3월부터 45억 원을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학교 전체 내부 벽면을 모두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로 마감했다. 계단도 친환경 목재로 시공했다. 별관 1층에는 아토피 힐링체험관을 만들었다. 천장까지 편백나무로 마감하고 족욕실과 샤워실, 보건실, 상담실 등을 갖춰 아토피 전담 보건교사까지 상주한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나 때때로 이곳을 찾아 편백나무 욕조에서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아이들마다 아토피 증상을 추적 관찰 기록하는 진단기도 갖췄다. 모든 책상 컴퓨터 등 비품은 못이나 합성수지가 없는 친환경 제품들이다. 별관 2층에는 아토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다목적 강당을 마련했다.

교사 바깥의 운동장과 자투리 공간 역시 친환경적으로 조성했다. 정문 좌측부터 별관 앞까지 운동장을 ‘힐링 가든’으로 꾸몄다. 편백나무와 제주 팽나무, 때죽나무, 노각나무 등 음이온이 발생하고 정화능력이 뛰어난 나무 40여 종 7100여 그루를 심었다. 놀이터의 놀이기구부터 바닥에 깐 모래와 나무껍질도 자연친화적인 제품을 사용했다. 별관 뒤 330m2(약 100평) 규모의 유기농 텃밭에는 농약을 쓰지 않은 상추 등이 자라고 있다. 기존 쓰레기장을 말끔히 치우고, 오염된 토양을 퍼낸 뒤 50t 분량의 새 흙을 들여왔다. 본관 앞에는 타임, 백미향, 로즈마리 등으로 방향원을 만들었고, 도라지 강활 지화 등이 심어진 약초원을 뒀다. 본관 옆에는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식단을 선보일 식당을 짓고 있는데 6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본관과 별관 사이에는 대나무 숲길을 조성하고 콘크리트 스탠드도 나무로 덧씌웠다. 건물 외벽은 대리석과 벽돌로 멋스럽게 단장했다.

남창초교는 1954년 세계문화유산 화성 성곽 안에 개교했다. 그러나 도심이 공동화되면서 학생 수가 계속 줄어 이제는 전교생 6학급 100명의 도심 속 미니학교가 됐다. 다른 도심 학교처럼 학생 상당수가 아토피와 알레르기비염 등을 앓고 있다. 한때 폐교까지 거론됐지만 아토피를 치유하는 데 관심을 둔 염태영 수원시장이 적극 지원하면서 새롭게 거듭났다. 전국에 아토피 특성화학교는 대부분 시골에 있어 도심 속 모델은 이 학교가 처음이다. 수원시 아토피센터와 영통구 보건소 아토피상담센터 등이 체계적으로 관리 지원한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를 앓아온 이수민 양(13·6학년)은 “하루하루 학교가 변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설레고 기대된다. 나를 매일 괴롭히던 아토피가 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아토피 치료#힐링학교#남창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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