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오락가락 정책 결국 禍 불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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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사상초유 가격조정명령

사상 초유의 교과서 가격조정명령이 내려진 1차 원인은 교육부의 오락가락 교과서 정책에 있다. 지난 정부가 교과서 가격을 무작정 자율화하는 한편, 대학수학능력시험에 EBS 연계율을 70%까지 높여 사실상 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 교과서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2010년 교과서 질을 높이라며 검인정 교과서 가격을 자율화했다. 이에 따라 각 출판사는 연구개발비를 들여 경쟁적으로 종이 질과 색을 개선하고, 학습자료를 강화했다. 출판사는 이를 감안해 희망가격을 매겼으나, 교육부는 뒤늦게 지난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가격조정명령권을 신설했다. 교육부는 “조정가격을 따를 경우 전체 고교 교과서 값은 지난해보다 평균 19.5% 인상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사들은 교육부가 소급입법으로 가격을 낮추려 한다고 반발했다. 27일 교육부가 제시한 가격조정명령 인하 폭을 보면 고교의 경우 평균 44.4%지만, 출판업계는 실제 인하 폭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김인호 금성출판사 대표는 “출판 부수가 적은 교과서는 10% 정도만 깎고, 많은 교과서는 70% 이상 깎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개별 교과서의 인하율이나 최대 인하율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으로 교과서 집필 및 사용 기간을 줄인 것도 교과서 제작 단가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과거에는 중고교의 3년 치 교과서를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개발했으나, 이제는 1년 동안 3년 치 개발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과서 개발 인력을 2배가량 늘렸던 출판사들은 최근 수백 명에 이르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A출판사 관계자는 “메이저 출판사 4곳을 기준으로 인건비가 한 해 150억 원 이상 늘었는데 교과서 비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교과서 사용 연한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 것도 타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검정심사 수수료를 크게 올린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1년 근현대사 교과서의 검정심사 수수료는 390만 원이었는데, 이번 한국사 교과서는 1800만 원으로 4.6배가 됐다.

교과서 제작 원가를 둘러싼 시각차도 크다. 교육부는 출판사들의 요구를 반영해 기존에 인정하지 않았던 기획연구비, 본문디자인비, 교정검토비 같은 개발비를 가격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는 “교육부가 포함시킨 개발비는 전체 교과서 금액의 1.2%로 권당 100원 미만”이라며 “개발비의 핵심인 인건비와 콘텐츠 확보 비용 등은 원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고교 현장에서는 EBS가 교과서를 밀어낸 것을 최대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수능의 70%를 EBS 교재에서 낸다고 하니 교과서와 EBS 교재를 이중으로 사게 되는 셈이다. 서울 S고 교사는 “고3 교실에서 교과서를 펴놓으면 야단치는 교사도 있다”면서 “정부가 교과서를 비싸게 만들어 놓고 정작 학교에서 쓰지 않게 만든 것이 비정상이고, EBS 교재는 교과서보다 훨씬 허술한데 비싼 것을 문제 삼지 않는 것도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foryou@donga.com·전주영 기자
#교육부#교과서 가격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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