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임대료 탓… 장사 20개월이면 접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서울지역 상가 임대-권리금 조사

최모 씨(54)는 2011년 3월 홍익대 앞 상가에서 보증금 1억 원, 월 임대료 700만 원에 곱창집을 열었다. 전 재산인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아 권리금 1억5000만 원, 인테리어 비용 2억 원을 충당했다. 문을 연 뒤 한동안 장사가 잘돼 한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2011년 11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임대료를 월 1100만 원으로 올리든지 아니면 가게를 비우라는 것. 억울했지만 법적으로는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환산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4억 원을 넘는 최 씨에게 법은 보호막이 돼 주지 않았다.

서울시내 상가 가운데 10곳 가운데 2곳, 강남지역은 4곳 이상이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평균 1년 8개월 만에 장사를 접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5052개 상가를 대상으로 ‘상가임대정보 및 권리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임차상인 보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상가의 환산보증금은 평균 3억3242만 원이었다. 상권별로 강남이 5억4697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도심(3억7003만 원), 신촌·마포(2억8475만 원) 순이었다.

환산보증금이 4억 원을 넘어 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가도 서울 전체의 22.6%, 강남은 45.5%에 달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싼 강남의 1층 상가는 68.3%, 도심 1층은 37.6%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평균 임대기간은 1년 8개월로 임대차보호법상 보장되는 최장 계약보장기간(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인 5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시 관계자는 “첫 계약 땐 법의 보호를 받았지만 임대료가 계속 올라 법적 보호를 못 받게 되고 초기 투자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떠밀려 나가는 상인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범위를 확대하고 임대료 증액 기준도 ‘청구 당시 임대료의 9% 이내’에서 ‘전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2배 이내’로 개선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세입자가 초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차 최소 보장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할 것을 제안했다.

시는 또 상가임대차상담센터의 기능을 확대해 계약준비부터 계약기간 중 분쟁, 계약종료까지 전 과정에 걸쳐 상담해 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전화상담(02-2133-1211)만 가능했지만 4월부터는 시청 서소문별관을 찾거나 시 눈물 그만 사이트(economy.seoul.go.kr/tearstop)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 배현숙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임차상인들이 마음 놓고 장사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관련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상가 임대료#권리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