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어원 형성원리 활용한 공부법으로 모르는 영단어도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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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내셔널 스펠링 비’ 현장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최근 열린 ‘2014 내셔널 스펠링 비’ 대회 모습.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최근 열린 ‘2014 내셔널 스펠링 비’ 대회 모습.
세계 최대 규모의 영어 철자 말하기 대회인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Scripps National Spelling Bee·SNSB)’.

올해 SNSB에 출전할 한국대표를 선발하는 ‘2014 내셔널 스펠링 비(National Spelling Bee·이하 NSB)’가 최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렸다. NSB는 지원자가 영어 단어의 발음을 듣고 모든 철자를 순서대로 정확하게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회. 대상, 금상, 은상, 동상, 우수상, 장려상 등 수상자를 가린다.2008년 시작해 올해로 7회를 맞은 이번 대회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IGSE)가 주최하고 영어교육업체 윤선생이 후원했다. 만 16세 이하의 영어 영재들이 실력을 겨룬 NSB 현장과 우승자의 영어단어 학습법을 소개한다.

16라운드 만에 챔피언 탄생

“피지오그너미.”

NSB 출제자인 국제영어대학원대 영어지도학과 필립 하이버 교수가 챔피언을 결정하는 단어의 발음을 들려줬다. ‘최후의 1인’인 이성준 군(인천 진산중 2)은 영어로 이 단어의 뜻과 예문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하이버 교수의 설명을 들은 이 군은 침착한 목소리로 답을 이야기했다.

“피지오그너미. 피(P) 에이치(H) 와이(Y) 에스(S) 아이(I) 오(O) 쥐(G) 엔(N) 오(O) 엠(M) 와이(Y). 피지오그너미(Physiognomy·얼굴 모습).”

“That’s correct(맞습니다).” 심사위원인 박혜옥 국제영어대학원대 교수가 정답임을 밝히자 손에 땀을 쥐며 현장을 지켜보던 객석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2014 NSB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군과 끝까지 긴장감 넘치는 대결을 펼친 정수인 양(부산외국인학교 6)은 2등을 차지했다.

올해 NSB는 학교별 예선을 통과한 학생 71명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가장 먼저 30문항이 출제되는 주관식 지필시험(Written Session)과 말하기시험(Oral Session) 성적을 합산해 40명을 선발했다. 이 40명을 대상으로 다시 말하기시험을 반복해 최후의 생존자가 ‘챔피언 단어’ 1문항을 맞히면 우승하는 방식.

챔피언 자리에 오른 이 군은 5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SNSB 대회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가해 전 세계 영어 영재들과 실력을 겨룬다. 영어교육 전문업체 윤선생은 이 군과 보호자 1명의 SNSB 참가경비 전액을 지원할 예정이다.

NSB 대회에 숨은 영어단어 학습법


2014 NSB에선 ‘prodigal(낭비하는)’, ‘ellipse(타원)’, ‘impetuous(성급한)’ 등 수준 높은 단어도 출제됐다. 이번 대회 초·중학생 수상자들은 어떻게 이런 단어의 철자를 맞혔을까?

이번 대회 챔피언인 이 군은 “챔피언 단어로 출제된 ‘피지오그너미’는 모르는 단어였지만 평소에 어원 공부를 한 덕분에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원별 형성원리를 알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도 추측을 통해 철자를 맞힐 수 있었다는 것.

“올해 대회는 지난해 대회보다 어려운 단어가 많이 출제됐어요. 몇몇 단어는 모르는 단어였죠. 챔피언 단어였던 피지오그너미도 그리스어에서 자연을 의미하는 어원 ‘피지오(physio)’를 떠올리며 철자를 유추해 맞힐 수 있었어요.”(이 군)

예를 들어 그리스어에서 X는 즈[Z] 발음이 나므로 xylophone는 ‘자일러폰’으로 읽고, 라틴어에서는 X가 그즈[gs]로 발음이 나므로 exist를 ‘이그지스트’라고 읽는다. 그리스어와 라틴어에서 ‘X’를 읽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안다면 해당 단어의 어원을 듣고 단어의 철자를 유추할 수 있다.

김헌 NSB 위원회 위원은 “우리말 중 약 80%가 한자어 파생어이듯 영어의 약 85%는 프랑스어, 그리스어, 독일어, 라틴어 등에서 파생됐다. NSB를 준비하며 어원과 발음을 활용해 단어의 철자를 유추하는 훈련을 한 학생은 다른 영어단어도 쉽게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화장실에서 낱말카드 보며 공부했죠” ▼
NSB 우승자 이성준 군의 학습법


2014 NSB 챔피언 이성준 군(인천 진산중 2·사진)은 초등학교 시절 SNSB를 모티브로 한 영화 ‘아킬라 앤 더 비(Akeelah and the Bee)’를 본 후 SNSB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난해 열린 NSB 대회에서 금상(2위)을 차지한 이 군은 지난해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NSB 참관 기회를 얻기도 했다. 이 군이 NSB에서 2년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이 군은 “즐기며 잘할 수 있는 공부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영어 원서와 영자신문·잡지를 즐겨 읽는 이 군.

작은 종이에 단어의 철자와 뜻을 적은 낱말카드인 ‘플래시 카드’를 활용해 틈틈이 단어공부를 했다.

“낱말카드를 만들어 시간 날 때마다 반복해서 봤어요. 주로 화장실에서 봤는데 시간이 훌쩍 지나가요. 화장실에서 너무 안 나와서 엄마가 걱정하신 적도 있어요.(웃음)”(이 군)

글·사진 이비치 기자 ql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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