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에 洞이 없어졌는데… 전입신고 동사무소 어디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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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 여전히 혼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 업무를 보러 온 시민이 인터넷을 통해 도로명 주소를 검색하고 있다. 관공서에서는 도로명 주소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나 안내 책자를 비치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 업무를 보러 온 시민이 인터넷을 통해 도로명 주소를 검색하고 있다. 관공서에서는 도로명 주소를 검색할 수 있는 컴퓨터나 안내 책자를 비치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새해부터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는데…바꾸시는 게 어떨까요?”

평소처럼 고객들에게 회사 소식지를 보내러 최근 서울의 한 우편취급국에 간 김모 씨(33)는 발송을 거부당했다. 우체국 직원은 동과 번지가 적힌 옛 방식의 소식지 발송 주소를 도로명 주소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그날 오후 김 씨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남은 회사 봉투 600여 장에 일일이 새 도로명 주소를 인쇄한 스티커를 붙였다. 스티커 인쇄비는 1만5000원으로 많지 않았지만 오후 근무 시간에 직원 3명이 이 일에 달라붙어야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공식적으로는 옛 주소로 된 우편물을 당분간 받아 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일선 우체국의 창구에선 새 주소를 요구하는 등 혼선이 일고 있다.

새해부터 도로명 주소 제도가 전면 시행됐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자기 집 주소를 잘 모르고 대량 편지 발송, 명함 제작, 전입신고를 위한 동사무소 방문 등에 여전히 혼선을 겪고 있다.

● 도로명 주소…아직도 헷갈린다

“청첩장에 예식장의 도로명 주소만 써서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받은 하객들이 예식장에 ‘거기가 어디냐’고 전화 문의를 많이 합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웨딩업체 ‘더 베일리 하우스’는 주소가 ‘영동대로’로 바뀌자 이런 혼란이 많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웨딩업체 관계자는 “결혼 당일 내비게이션이 새 주소를 인식하지 못해 하객들이 결국 인터넷에서 옛 주소를 확인하고 찾아오는 일이 많다”며 “당분간 청첩장에 새로운 주소와 옛 주소를 함께 적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명함 인쇄업체들은 도로명 주소와 옛 주소를 함께 인쇄해 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인쇄업체 제이미디어 측은 “예를 들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로…’인 도로명 주소를 적은 다음 뒤에 ‘(영등포동 4가…)’ 형식으로 옛 주소를 함께 적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주소를 넣은 명함을 주문한 송모 씨(38)는 “거래처에 명함을 돌릴 때 도로명 주소를 헷갈려 해 편한 주소로 쓰라는 배려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도로명 주소엔 ‘동리(洞里)’가 명시돼 있지 않아 주민센터에 갈 일이 생겼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어렵다. 18일 강동구 둔촌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인 예비 신부 이모 씨(29)는 “도로명 주소가 ‘진황도로’로 시작해서 어느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를 해야 할지 몰라 인터넷에서 옛 주소로 검색해 알아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새 주소를 알아내기가 더욱 힘겹다. 10일 서울중앙우체국을 찾은 권순정 씨(72·경기 화성시)는 “소포를 보내려고 했는데 새 도로명 주소를 몰라 딸에게 물어보고 간신히 알았다”며 “우리는 인터넷을 못해 혼자선 알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대기업은 “대비했다”, 개인 기업은 “…”

개인 사업을 하는 영세 상인들은 여전히 도로명 주소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새 주소로 배달 주문을 받았을 때 도대체 어딘지 감이 오지 않아 옛 주소를 일일이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일대에서 원룸의 이삿짐을 주로 날라 주는 최모 씨(39)는 “대형 택배 회사나 이삿짐센터는 옛 주소와 새 주소의 변환 시스템을 갖췄지만 우리 같은 개인사업자에겐 남의 얘기”라고 하소연했다. 한 개인택시 운전자는 “승객이 도로명 주소를 대면 아직 내비게이션이 인식하지 못해 대략 어디쯤인지 여러 번 확인하거나 손님들에게 인터넷으로 옛 주소를 알아봐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지난해부터 대비를 해와 큰 불편은 없다는 분위기다. 삼성생명과 롯데홈쇼핑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명함 교체 시 도로명 주소를 사용했기 때문에 “명함 교체가 몰리거나 특별하게 주문이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청구서나 보고서 등에 회사의 새 주소를 안내하는 작업과 주소 변환을 위한 솔루션 프로그램 구축에 수천만 원이 들었다”고 말했다.

새 주소를 확인할 땐 ‘도로명 주소 안내 시스템(www.juso.go.kr)’을 통해 도로명 주소와 옛 지번 주소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주소찾아’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활용할 수 있다. 또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으면 도로명 주소 통합지원센터(1588-0061·평일 오전 9시∼오후 6시)로 전화하거나 서울의 경우 다산콜센터(02-120)에 문의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은 내비게이션 내의 SD 카드를 컴퓨터와 연결해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업데이트해야 한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도로명 주소#전입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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