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내서도 온도차… 총파업 돌입 한달 늦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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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에 ‘의료공백’ 태풍 오나

의협 회장은 “총파업”… 회원은 “반대” 12일 오전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이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총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개원의가 파업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의협 회장은 “총파업”… 회원은 “반대” 12일 오전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오른쪽)이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총파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 개원의가 파업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대한의사협회가 3월 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실제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개원의와 이해관계가 다른 대학병원 소속 교수와 전공의 등이 파업 참여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11, 12일 열린 총파업 출정식은 파업에 적극적인 개원의와 지방 중소병원 의사들이 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원 간 견해차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환규 의협 회장을 비롯한 강경파는 “정부가 앞으로는 대화를 제의하면서 뒤로는 원격진료, 영리자법인 추진을 가속화하는 등 대화의 진정성이 없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온건파는 정부와 충분히 협상한 후 최후의 수단으로 파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의협이 정부와의 ‘협상 진행 여부에 따라 파업을 유보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단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파업 개시일이 당초 예상보다 한 달 이상 늦은 3월로 결정된 데는 이런 내부 상황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의협 내부의 온도 차는 의협이 ‘의료서비스 규제완화 정책=의료민영화’ 공식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한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의협은 파업 명분을 얻기 위해 철도 파업처럼 ‘민영화’ 프레임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병원은 대부분 이미 정부가 아닌 개인 또는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민영화라는 단어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노 회장은 “의료민영화가 영리병원 설립 허용을 의미하는 건지, 건강보험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지 혼란이 많아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파업이 시작되면 결국 대학병원 의사와 전공의도 동참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방상혁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간사는 “병원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대학병원에서도 원가 절감, 무리한 진료 실적 강요 등이 이뤄지고 있다”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처럼 결국 대학병원 의사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 의협 회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학병원 의사와 전공의들은 여전히 파업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원격진료, 영리자법인 허용에 대해서도 의협 지도부와는 생각이 적지 않게 다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원칙적으로는 파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협의회 장성인 회장은 “서울지역 대형 종합병원 전공의들의 참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총파업은 국민 불안을 볼모로 삼아 협상력을 최대한 높인 뒤 정치권 등의 도움으로 정부의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 경우 일부 저수가 항목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의료계가 수가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이철호 기자
#대한의사협회#의료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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