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중대기로에 선 조선대 ‘정이사 체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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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는 1·8항쟁 26주년을 맞아 8일 오전 법과대학 모의법정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비리이사 퇴진, 관선이사 파견 반대, 개방이사 3명 선임과 정이사 구성을 요구했다. 조선대 제공
조선대는 1·8항쟁 26주년을 맞아 8일 오전 법과대학 모의법정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비리이사 퇴진, 관선이사 파견 반대, 개방이사 3명 선임과 정이사 구성을 요구했다. 조선대 제공
조선대에서 ‘1월 8일’은 특별한 날이다. 1987년 학내 민주화 운동을 기치로 당시 박철웅 총장 퇴진운동을 벌인 학생들은 이듬해 1월 8일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113일의 장기농성을 끝내야 했다. ‘1·8 항쟁’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조선대 역사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됐고 대학 민주화 운동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학 측은 그날의 의미를 계승하기 위해 학교 공식기념일로 정하고 2007년부터 매년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조선대는 20여 년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오다가 2010년에서야 정이사 체제로 전환됐으나 4년여 만에 다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교육부가 조선대 법인이사회에 최후통첩을 보냈기 때문이다. 임기가 만료된 이사회에 차기 이사진을 구성하지 않으면 임시이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4차례에 걸쳐 차기 이사 선임을 촉구했지만 기한까지 정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13일 열리는 이사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초 공문을 통해 20일까지 개방이사 3명을 포함한 후임이사 8명을 선임하라고 통보했다. 교육부는 “기한 내 시정되지 않으면 사립학교법에 따라 임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후임이사 선임을 촉구한지 1년이 넘은 데다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기한을 넘기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안건을 심의한 뒤 임시이사를 선임해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와 대학 구성원들은 임시이사 파견이라는 파국은 막아야 한다면서도 양보 없는 기 싸움을 계속하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는 13일 서울에서 회의를 열어 개방이사 3명을 포함한 후임이사 선임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8명을 모두 선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현욱 이사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사회를 열기 전 이사들을 만나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교육부의 방침이 확고한 만큼 이사 전원이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구성원들은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 방침에 반발하며 정상적인 이사회 구성을 촉구했다. 대학 측은 비정상적인 이사회로 지역사회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학교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교수평의회와 총학생회, 병원노조, 민주동우회 등으로 구성된 민주이사추천위원회 윤창륙 위원장은 “당시 임시이사가 파견됐을 때는 학내분규가 원인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사 8명 중 일부만 선임하거나 개방이사 우선 선임 원칙에서 벗어나 정이사를 선임할 경우 구성원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대 법인이사회는 이사 전원의 임기가 만료된 지 1년이 됐지만 후임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현 이사 대부분을 연임시키려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비난에 부딪혀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이사회가 학내 반발을 무릅쓰고 이정남 조선대 총동창회장을 신임 이사로 뽑았지만 법원이 선임절차가 잘못됐다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내려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사회 등이 받아들이지 않아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조선대#박철웅#1·8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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