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괴담의 진실은]근거없는 ‘카더라’ 인터넷-SNS 타고 빛의 속도로 전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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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산되고 확산되나

새누리당은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철도 민영화 주장은 괴담이라는 내용의 홍보물을 제작해 24일 배포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제목의 홍보물이 놓여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새누리당은 철도노조가 주장하는 철도 민영화 주장은 괴담이라는 내용의 홍보물을 제작해 24일 배포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 ‘늑대가 나타났다’는 제목의 홍보물이 놓여 있다. 김재명기자 base@donga.com
택시에 탄 손님이 묻는다. “기사님, 한 달에 얼마나 버세요?” 기사가 대답한다. “130만 원 정도요.” 그러자 손님이 걱정스레 되묻는다. “그럼 기차 4, 5차례 타고 민영화 수도요금 내면 뭐 먹고 사실 거예요?” 택시기사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최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도는 ‘민영화 괴담’ 중 하나다. SNS에서는 철도 의료 등 공공사업이 민영화되면 관련 비용이 급증해 서민의 삶이 피폐해진다는 내용의 괴담이 급속 확산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민영화는 서민을 희생양으로 재벌만 배불리는 정책’이라는 뉘앙스의 글과 만화 등으로 서민의 분노를 자극한다.

코레일이 수서발 고속철도(KTX)를 자회사를 통해 운영하겠다고 해 촉발된 철도 민영화 논쟁은 ‘민영화 괴담’의 중심축이다. SNS에는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사실인 양 퍼지고 있다. 이런 글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금세 전 국민에게 퍼진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루머라도 교수 등 전문가들의 권위에 편승하면 신뢰를 얻게 된다. 인터넷에는 수도권의 한 대학 교수가 썼다는 “코레일 민영화 30초 만에 알려드려요”라는 글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글에는 “박근혜 정부, 아니 코레일을 사고 싶을 재벌들은 흑자 노선을 탐내면서 적자 노선을 끌어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제2법인(수서발 KTX 자회사)을 만들어 자회사가 흑자 노선을 차지하고 나중에 이 회사만 민영화시키면 간단하게 코레일의 알짜를 팔아먹을 수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어 “흑자 노선 떼서 민영화하면 코레일의 남은 적자 노선은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고 적었다. 동아일보가 24일 해당 대학에 확인해보니 해당 교수는 대학에 정식으로 임용한 교수가 아니라 대학과 별도로 운영되는 부설 평생교육원의 계약직 강사였다.

인터넷에서 민영화를 둔 여러 주장을 접하는 국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영화를 둘러싼 이슈가 워낙 복잡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데다 해석의 여지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최모 씨(27)는 “각종 민영화 이슈를 두고 말이 많은데 솔직히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정부와 노조, 전문가들이 TV 토론에 적극 나와 서로의 주장을 국민 앞에 검증하는 기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각종 민영화 괴담은 정부가 보여 온 행태들로 인해 쌓인 불신의 결과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아무리 “민영화 안 한다”고 주장해도 과거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말을 번복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정모 씨(24)는 “철도 민영화를 안 한다는 정부의 말이 지켜지면 좋겠지만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대운하 안 한다’고 했다가 이름만 ‘4대강 사업’으로 바꿔서 강행했다. 세종시 이전 공약도 대선 당시에는 지키겠다고 하다가 집권 후 번복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어 정부를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영화를 안 한다”고만 할 게 아니라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민과 정부가 국가 주요 이슈를 공개적으로 터놓고 소통하는 자리를 자주 가져야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다”며 “국민과의 소통이 제대로 안되니 국민들이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고 서로 돌려보고 퍼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주 djc@donga.com·이은택·곽도영 기자
#민영화 괴담#철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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