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신나는 진로]“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업… 게임 직접 많이 만들어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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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 분야 진로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원주공고 2학년 원치훈 군(왼쪽)과 안은석 군은 이은석 넥슨코리아 실장(가운데)을 최근 만났다.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원주공고 2학년 원치훈 군(왼쪽)과 안은석 군은 이은석 넥슨코리아 실장(가운데)을 최근 만났다.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가 이번에 다룰 진로는 게임개발 분야다. 게임개발 분야로 진출하려는 청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정보통신 등 관련 공부를 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게임업체에서 일을 시작해 게임개발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안은석, 원치훈 군(강원 원주공고 2년)도 대학진학과 취업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경우. 팀을 구성해 참가한 2013년 전국기능경기대회 게임개발 분야에서 금메달을 받은 안 군과 원 군은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의 도움으로 이은석 넥슨 신규개발본부 프로젝트K 실장을 경기 성남시 넥슨 판교사옥에서 17일 만났다.

이 실장은 2002년 넥슨에 입사해 ‘마비노기’ 아트디렉터, ‘마비노기 영웅전’ 개발·총괄 디렉터 등을 맡은 게임개발 분야 전문가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일단 많이 만들어봐야

“게임 산업은 보상과 위험이 공존하는 ‘흥행 산업’입니다. 게임 하나를 출시했을 때 흥행에 성공하는 소수가 있는 반면, 실패하는 다수도 있죠. 급변하는 업계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이 실장)

지난 20∼30년간 게임산업은 오락실 게임으로 시작해 TV에 게임기를 연결해 즐기는 콘솔게임에서 컴퓨터게임, 온라인게임 등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이제는 지하철, 거리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다른 유저들과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게임업계에서 인정받는 게임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 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게임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단순한 게임이라도 많이 만들어 보면서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지는 전체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플랫폼은 달라져도 게임을 개발하는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게임을 많이 만들어 본 사람은 전체적인 게임 제작 틀을 파악하고 있어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하게 되는 상황을 맞아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게임 제작 경험이 없이 회사에서 본인이 맡은 업무만 하던 사람은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

최근 모바일게임 산업이 발전한 상황은 청소년들이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다. 과거 게임은 개발하는 데 상당한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해 보통 청소년이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요구되는 지식과 제작 과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해 아마추어 수준의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 볼 수 있다.

게임 분야 대기업? 10년 전엔 작은 회사


“넥슨 같은 유명 게임회사에서 일하려면 어떤 경력을 쌓아야 할까요?”(원 군)

이 실장은 “게임업계로 진출하려는 청소년 중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대학을 나와야만 유명 게임회사에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교 졸업 후 중소 게임업체에 취업해 자신의 개발 역량을 발전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처음부터 유명 게임회사에 취업하는 사람보다 작은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실력을 인정받아 더 큰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그래픽 분야의 경우 인터넷 커뮤니티에 본인이 작업한 그림을 올린 사람이 이를 본 유명 게임회사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 실장은 “많은 청소년이 처음부터 대기업에 입사하려고 하지만 현재 대기업이 된 게임회사들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기술은 달라져… ‘원천기술’ 익혀라


“게임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요?”(안 군)

게임 개발 분야는 크게 △게임기획 △프로그래밍 △게임그래픽으로 나뉜다. 이 실장은 게임 프로그래머를 희망하는 안 군에게 “논리력과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수학에 흥미를 가져라”고 조언했다. 게임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사람이 시스템에 규칙을 잘 만들지 않으면 게임에 오류가 생기는 것은 물론 게임 시스템이 멈추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또 외국의 게임 관련 자료를 해석하고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사용하려면 영어 읽기 능력도 중요하다.

이 실장은 게임 그래픽 분야로 진출을 희망하는 원 군에게는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만들어 보라”고 조언했다.

요즘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그래픽 작업을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특정 프로그램은 5∼10년이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바뀐다. 손으로 작업하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쉽다. 이 실장은 “게임 장르에 따라 어떤 스타일로 그림을 표현해야 효과적일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자는 사람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합니다. 실제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게임에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죠. 심리학이나 역사 등에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들을 읽어 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이 실장)

▼ “창의적 작품위해 새로운 트렌드 익혀야” ▼
전문가들이 밝히는 게임개발 분야 진로


넥슨 ‘마비노기 영웅전’
넥슨 ‘마비노기 영웅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개발자들은 이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까.

김형진 엔씨소프트 실장, 안태홍 전남과학대 교수, 이대웅 상명대 교수, 이은석 넥슨코리아 실장, 차경묵 ㈜플라스콘 대표 등 5인의 게임개발자에게 이 분야 비전을 묻고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을 구했다.

5인의 전문가 모두 게임산업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안태홍 교수는 “다양한 연령층의 게임유저 증가로 국내 게임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아직 게임시장이 성장하지 않은 국가에 게임 수출을 하는 해외 진출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김형진 실장도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인간 본질이 지속되는 한 형태는 조금씩 변해도 계속 비전 있는 직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게임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게임산업이 더 발전해 나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요소라고 5명의 전문가는 입을 모았다.

게임업계 내에서 흥행을 위해 반복되는 관행도 게임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차경묵 대표는 “게임업계가 지나치게 흥행한 게임을 따라하는 안정 지향적 개발을 한다”며 “우리나라 게임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런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게임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의 게임 관련 서적을 찾아 읽어보고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등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를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이은석 실장은 “창의적인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게임과 문화콘텐츠들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대웅 교수는 게임기획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게임기획자는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직·간접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다”며 “책, 연극, 영화를 많이 보고, 여행을 통해 사람도 많이 만나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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